이민지기자
국내 패션 시장에서 연초부터 훈풍이 불고있다. 최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역대급 한파가 이어지면서 두꺼운 패딩을 찾는구매 행렬이 잇따르면서다. 지난해 연초의 경우 '12·3 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던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큰 폭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연초 이후 전날까지 패션 부문의 매출 신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0%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신장률이 10%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증가폭이 3배에 이른다.
2024년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연말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연초는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12월과 지난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각각 88.40, 91.20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0으로 100선을 웃돌며 기준선을 상회했다. 앞서 11월에는 112.40을 기록하며 201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소비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날씨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월별 평균 기온은 전년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기온 변동성이 확대되며 급격히 추워지는 날이 잦아졌다. 앞서 기상청은 북극 해빙 감소 등 영향으로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며 올겨울 기온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백화점의 패션 매출도 크게 개선됐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각각 14%, 8.3%, 11%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0월 0.3%, 11월 0.2%, 12월 5.3%)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다.
고객이 여성 의류 매장에서 겨울 아우터 상품을 둘러보는 모습.
특히 수입 패션 브랜드가 성장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명품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18.4%, 21.4%, 19.3%로 일반 패션 부문을 크게 웃돌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에르노, 어그, 사카이 겨울 제품 매출 크게 늘면서 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됨.LF가 운영하는 영국 브랜드 바버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으며, 미국 아웃도어 슈즈 브랜드 킨 키즈 카테고리 중심으로 가을·겨울 시즌 매출이 약 4배 신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한파와 소비 심리 회복이 맞물리며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경기 불황 속에서도 수입 브랜드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중적인 브랜드보다는 희소성과 개성을 갖춘 '뉴 럭셔리' 브랜드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패션 기업들도 수입·해외패션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LF는 지난해 가을·겨울시즌 패션 인큐베이터 편집숍인 라움에 덴마크 아우터 브랜드 '웃손'과 주얼리 브랜드 '리에스튜디오', 일본 도쿄 기반 여성복 브랜드 '마메쿠로구치', '아키코아오키' 등 8개 브랜드를 새롭게 추가했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는 7개 신규 브랜드를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하반기 일본 패션 브랜드 'CFCL', 스위스 패션 브랜드 '아크리스'를 새롭게 추가하며 수입 패션 라인업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