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윤진식 한국무역협회(무협)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해 "순탄치 않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특히, 내년 한국 수출이 6970억달러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성장 규모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회장은 내년도 협회 업무의 역량을 미국에 집중할 예정이다.
윤진식 회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제61회 무역의날'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윤진식 회장은 "우리 수출은 주요국 대비 빠르게 증가해 9월 현재 세계 수출국 6위(지난해 8위)에 다시 올라선 상황"이라면서 "수출 호조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에도 세계 경제, 교역 회복세 지속, 우호적인 반도체 경기가 예상돼 우리 수출은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인 발표한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에 따르면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8% 증가한 6970억달러, 수입은 2.5% 증가한 6450억달러로 무역수지는 43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연말까지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 규모인 68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년 연속 역대 최대 수출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셈이다.
내년도 수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품목으로는 반도체(2.2%), 무선통신기기(9.6%)를 포함한 IT 기기, 선박 등이 있다. 특히, 올해 최대 수출기록에 도전하는 반도체는 내년 중 메모리 단가 회복 가능성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 온 터라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년간 매년 수출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자동차(-1.9%)는 역기저 효과, 해외 생산 확대 등으로 내년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가 하락세에 따라 석유제품(-7.9%), 석유화학(-0.5%) 수출도 줄어들 전망이다. 수입(2.5%)은 천연가스 가격 인상 및 물량 증가 등 영향으로 수출 증가율을 상회함에 따라 무역수지(430억달러)는 올해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으로 인해 통상 환경이 한국 수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에선 공격적인 관세 조치, 대중국 고관세 부과·자본 유입 차단 등 무역적자 해소 및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조항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정부 정책 변화나 대응, 업계에 주는 영향 등이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무역협회는 내년 업무 역량을 미국에 집중할 것이며, 신정부 출범에 대응해 미주지역본부의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응전략을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내달 9일에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미국의 국립 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와 함께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전문가 토론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면서 "트럼프의 중요한 정치적 지역이 미국의 중남부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주지사나 주정부 출신 상하원의원들과의 아웃리치 활동, 인적 네트워크 강화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에 따라서 대응하겠지만 내부적으로 보편관세, 대중관세, 한국에 대한 관세 정책 등을 전문가들과 협의 중에 있다"며 "상당히 예의주시하면서 미리미리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