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이 올해 3분기에도 강력한 소비지출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이 지난해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수출과 정부 지출이 늘어나며 강력한 성장을 견인했다.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2.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2분기 성장률(3.0%)과 다우존스·월스트리트 전망치(3.1%)는 밑돌았으나, 1%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역사적으로도 봐도 성장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미 경제의 직전 확장기였던 지난 2009년 2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GDP 성장률은 연 평균 2.5%였다.
탄탄한 소비가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다.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계지출이 전기 대비 3.7% 늘었다. 2분기 2.8%를 웃돈 수준으로, 지난해 초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자동차, 가정용 가구, 오락용 품목 중심으로 가계지출이 늘었다.
여기에 수출 호조와 정부의 국방 지출도 탄탄한 성장을 뒷받침했다. 기업의 비주거 고정투자는 3.3% 늘어나 증가율이 2분기는 보다 소폭 둔화했다.
인플레이션은 둔화세를 이어갔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2분기 2.5%에서 3분기 1.5%로 하락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2.8%에서 2.2%로 상승률이 내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3분기에도 강력한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연착륙을 넘어 성장세가 지속되는 '노랜딩'(무착륙)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난 9월 금리 인하 전까지 2년 반 동안 이어진 고강도 긴축으로 미 경제 성장률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경기 침체 전망 역시 나왔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GDP 성장률 그림에는 문제가 거의 없다"며 "지금 경제에 필요한 건 금리를 적당한 속도로 꾸준히 정상화하는 것뿐이다"라고 진단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윗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보고서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Fed에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전 공개된 고용 지표 역시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민간 부문 신규 일자리 고용은 23만3000건 증가했다. 전문가 예상치(11만건)와 전월 수치(15만9000건) 모두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증가폭도 가장 컸다.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 피해 여파로 고용 증가폭이 둔화될 것이라던 시장 예상을 빗나갔다. 다만 보다 정확한 노동시장 동향은 다음 달 1일 미 노동부의 10월 고용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번 성장률 발표와 무관하게 점진적인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4.7% 반영하고 있다. 금리 동결 전망은 5.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