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으로 향후 금융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공식 협의체인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 등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함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과 한국의 정책 대응'을 주제로 한 한국국제경제학회 추계 세미나에 참석해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사이클의 스필오버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사이클은 선진국에 비해 증폭돼 나타난다"며 "스필오버 민감도는 시장개방도와 환율제도, 경제 펀더멘탈, 법·제도적 인프라 수준 등에 따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글로벌 통화정책이 전환되는 현시점에서 한국은행의 어려움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 부진과 저물가 지속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양적 완화 여파로 가계부채 등 매크로 레버리지가 확대됐다"며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제약됐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내외 통화 기조에도 민간신용을 중심으로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 말 기준 매크로 레버리지가 251.3%에 달하는 등 구조적 취약성이 높아졌다"며 "그 가운데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하게 되면서 향후 금융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외견상 비공식 협의체인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통해 정책 공조를 도모하고 실무운용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는 형태지만 정책 참여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데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금융사이클에 대응한 거시건전성 정책은 보다 중기적인 시계에서 운영되어야 하고 경제주체 간 이익 상충이 첨예하여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지만 이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함 교수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책무와 권한을 법적,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유관 기관장으로 구성된 거시건전성 협의기구를 법제화하고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과 관련한 중앙은행의 참여 및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우수 사례로 스웨덴의 장관급 위원회(FSC)를 언급했다. 그는 "해당 위원회에는 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하고 있고, 실무 국장급의 거시건전성 협의회 및 사무국을 설치하고 있다"며 "해당 위원회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결정한 뒤 간략한 의사록을 공개하거나 중앙은행이 연 2회 금융안정보고서에 구체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권고를 공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법 목적 조항 '금융안정의 유의' 항목의 해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목표 간 상충할 경우 우선순위와 정책 운영 원칙을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며 "중기적 시계에서 1차적 목표인 물가안정의 달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차적 목표인 금융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신축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