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기업도 당했다…GE의 분할·헝다의 몰락 [문어발 확장의 덫]

③130년만 3개로 쪼개진 GE
감사법인까지 논란 불똥 튄 헝다
상폐 이어 대규모 감원하는 도시바

편집자주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소속 기업 숫자는 지난 5년간 1000개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부터 문어발 확장 논란이 극심했던 카카오를 중심으로 그룹사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에 결국 분할되거나 그룹 전체가 무너지는 사례가 늘면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신규산업 진출과 문어발 논란 사이에서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던 글로벌 대기업들이 쓰러지는 사례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원조 문어발 기업이라 불리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130년 만에 3개 회사로 분할됐고, 대마불사의 상징으로 불리며 끝없는 사업 확장세를 과시했던 헝다그룹은 결국 파산해 청산 명령이 내려졌다. 과거 거의 모든 전자제품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도시바도 수익성 악화로 74년 만에 상장 폐지되는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무차별적 확장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0년 만에 3분할된 문어발 확장 원조기업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GE의 분할작업은 이달 2일 완료됐다. GE는 GE헬스케어, GE에어로스페이스, GE베르노바 등 3개 회사로 쪼개졌다.

GE는 본래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전기조명회사를 모체로 1892년 합병을 통해 새로 출발한 가전기업이다. 이후 각종 가전제품, 의료기기, 항공기와 자동차 엔진, 원자력발전소와 발전설비,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공룡'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한 미국의 대표 기업이 됐다.

GE의 경영 위기가 드러난 계기는 2018년 1월에 터진 막대한 손실과 분식회계 의혹이었다. GE는 2017년 4분기에 98억30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 중 62억달러의 손실이 GE캐피털에서 발생했다. GE는 이후 수익성 악화와 함께 2018년 말까지 1200억달러 이상의 부채가 누적됐고, 1907년 이래 10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했다. 2018년 래리 컬프 당시 GE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부채 감축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많은 사업부의 분사나 매각을 추진했다.

CNN은 GE가 진행한 문어발식 확장사업과 관련해 "GE는 미국 가정들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만물상이었다"며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까지 뛰어들었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대마불사 신화 깨진 中 헝다…감사법인까지 논란 휩싸여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중국의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영어명 에버그란데)는 지난달 분식회계 혐의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헝다는 2021년 12월 227억달러 규모의 역외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올해 1월에는 전체 부채 3280억달러를 상환, 조정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홍콩 고등법원 명령으로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5640억위안(약 104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 혐의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41억8000만위안의 벌금형에 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10년 이상 헝다의 회계감사를 맡아온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파산 전까지 헝다는 이름처럼 중국에서 대마불사의 상징과도 같은 대기업이었다. 1996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2020년까지는 중국 건설사 중 자산 규모 1위 기업으로 불리며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여왔다. 헝다그룹의 본체인 헝다부동산과 보유 부동산 관리기업인 헝다물업에 이어 헝다생명, 헝다자동차, 헝다헬스케어, 헝다하이테크 등 금융과 신기술분야 중심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갔다. 여기에 헝다어린이월드, 식음료업체인 헝다빙천 등 수익성이 있어 보이는 분야는 가리지 않고 진출했다.

150년 전통 무너진 도시바…상폐 이어 5000명 감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인 도시바도 지난해 말 상장폐지 결정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부활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도시바는 이달 일본 내 인력 중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 도시바 직원은 6만7000여명. 도시바의 대규모 감원계획 발표에 관련 업계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도시바는 1875년 세워진 이후 1980~1990년대 일본 경제 호황기 혁신을 상징하던 기업이었다. 1980년 세계 최초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하고, 1985년 세계 최초로 노트북을 출시한 기업도 도시바였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 분야 외에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원자력발전 등 분야에도 뛰어들었지만, 무분별한 확장으로 재무 건전성이 지속해서 악화했다. 이후 2015년 회계 부정 문제가 터지며 위기가 찾아왔다.

2015년 도시바는 1562억엔(약 1조3909억원)의 이익이 7년간 부풀려져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벌금인 73억7000만엔(약 665억9000만원)이 부과됐다.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뒤이어 미국 원자력발전소 자회사가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도 탄로 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지난해 9월 사모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말 JIP 컨소시엄의 회생 계획에 따라 74년 만에 상장 폐지됐다. 사업 확장 범위가 넓었던 만큼 앞으로도 각 분야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지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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