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링, 도둑 맞을 수도' 삼성맨 변호사의 특허 조언[Invest&Law]

삼성 MWC서 '갤럭시 링' 공개
애플·아너 등도 개발 도전장
디자인기술 침해 논란 불가피
美서 분쟁나면 증거 제시 중요
일부러 감추고 적발 땐 처벌 강화
준법경영체제 잘 구축해야
韓도 산업보호 조사·처벌 필요

삼성전자는 지난달 26~29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GSMA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 링(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링'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손목시계 형태에만 익숙해져 있던 세계시장에 처음으로 반지형 모델을 내놨다. 관계자들은 "또 하나의 혁신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갤럭시 링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구부리거나 접는 형태로 제조, 생산할 수 있는 삼성전자 특유의 이른바 '매뉴팩처링(제조 및 생산)' 기술이 집약된 걸작으로도 불린다.

갤럭시링

'9년 삼성맨'으로 일한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6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매뉴팩처링 기술에서 강세를 보여왔다"면서 "이와 관련해 특허 인증을 받은 기술도 상당하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미국 특허분석 전문업체인 IFI 클레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기술 6165건에 대해 특허 승인을 받아 250개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변호사는 2014년 검사를 그만둔 뒤 2015~2023년 삼성전자에서 북미 총괄 법무지원팀장(전무 대우), 부사장으로 일했다. 미국 법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그는 현지의 각종 사업과 법률 관련 업무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전자를 퇴사했고, 지난달 22일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이 변호사는 전 직장에 "(새 기술을 선점하면) 경쟁기업에 기술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힘쓰면서 동시에 우리 역시도 타 기업의 기술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율촌 제공

최근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아너 등이 스마트 링 개발에 나서면서 디자인, 기술의 유사성 여부가 법적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디스커버리(증거제시) 제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스커버리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들이 주로 시행하고 있는데, 매우 엄격하다.

특히 미국 법원은 디스커버리 절차 때 일부 증거를 감추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7년 IT서비스 기업 Z4 테크놀로지와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Z4 테크놀로지가 요청한 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가 추후에 적발돼 벌금과 변호사 비용 2700만 달러(약 359억원)를 Z4 테크놀로지에 줬다. 이 변호사는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소송리스크에 대비해 영업 비밀 등과 관련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체제를 잘 구축할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기술유출 범죄가 발생하면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긴밀히 수사하고 최소 징역 10년 이상의 엄벌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혁신의 나라일수록 기술을 지키려는 노력이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우리 역시 반도체 등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상응하는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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