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움직임을 크게 하지 않는 동작을 나타낼 때 ‘살금살금’이나 ‘꼼지락꼼지락’ 같은 의태어를 쓴다. ‘살금살금’은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며시 행동하는 모양을, ‘꼼지락꼼지락’은 신체의 일부분을, 혹은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낼 때 쓴다. 그래서 ‘아기가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인다’거나 ‘벌레가 꼼지락꼼지락 기어간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두 낱말에 비해서는 사용 빈도가 낮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이가 사용하는 낱말이 있다.
사부작사부작: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
풀이에는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이라고만 했지만 걷는 모양새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하는 낱말이다. 한꺼번에 큰 힘을 쓰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산책을 하거나 야트막한 뒷동산 정도를 천천히 오를 때 ‘사부작사부작’이라는 낱말을 끌어들여 표현한다.
‘사부작사부작’의 큰말은 ‘시부적시부적’이고, ‘사부자기’와 ‘시부저기’라는 부사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꼼지락꼼지락’의 큰말은 ‘꿈지럭꿈지럭’이며, 줄임말은 ‘꼼질꼼질’과 ‘꿈질꿈질’이다. ‘사부작사부작’을 모르는 이들은 없겠지만 아래 낱말을 들어본 이는 드물 듯하다.
사부랑삽작: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살짝 건너뛰거나 올라서는 모양.
‘사부랑’과 ‘삽작’을 합친 형태로 되어 있는데, 큰말은 ‘서부렁섭적’이다. ‘사부랑’은 어떨 때 쓰는 말일까? 국어사전에는 ‘사부랑’이 “사부랑거리다의 어근”이라고만 되어 있으며, 홀로 쓰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온다. 대신 첩어 형태로 된 두개의 동음이의어를 표제어로 올렸으니 참고로 알아두시길 바란다.
사부랑사부랑(1): 주책없이 쓸데없는 말을 자꾸 지껄이는 모양.
사부랑사부랑(2): 묶거나 쌓은 물건이 다 바짝바짝 다가붙지 않고 좀 느슨하거나 틈이 벌어져 있는 모양.
-박일환, <의성의태어의 발견>, 사람in,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