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횡령·배임' 혐의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구속'

200억원대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이 9일 새벽 구속됐다.

조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검찰은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기업 오너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오전 12시48분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조 회장은 전날 오후 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출석 심경이 어떠한지'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사익 추구성이 강해 죄질이 불량하고 증거인멸 정황이 있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조 회장의 신병 확보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오너에 대한 검찰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였다.

효성가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손자인 조 회장은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130억원가량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회삿돈 수십억원을 유용해 개인 집수리나 외제차 구입 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도 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2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있다.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은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2016∼2017년 조 회장에게 65억원, 조 고문에게 43억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조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 회장의 고발을 요청했다. 이후 검찰은 한국타이어 본사와 계열사 및 조 회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의 주거지를 여러 차례 압수수색했다. 올해 초 검찰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한국타이어 구매 담당 임원 정모씨와 회사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의 구속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하청업체에서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총 6억여원을 챙기고 이와 별개로 계열사 자금 2억여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2019년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형사 재판에 넘겨진 그는 1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3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 회장은 그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6억1500만원의 추징명령도 함께였다.

사회부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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