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야 팔린다③]명품, 불황 무풍지대…80만원짜리 책가방 '매진'

수백만원에 이르는 명품 책가방 출시되고 살 수만 있다면 복잡한 구매방법도 OK

구찌키즈 초등학생용 책가방.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직장인 이미연 씨는 최근 지인에게 일본 책가방 '란도셀' 구매를 부탁했다. 란도셀은 일본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책가방으로, 각 브랜드마다 저마다의 디자인을 담은 란도셀 가방을 내놓고 있다. 일부 수공예 제품은 초등가방계의 에르메스로 불리기도 한다. 이 씨는 "하나뿐인 조카의 첫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면 비싼 값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며 "명품이라 그런지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주문하면 장인이 직접 한땀, 한땀 제작해준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 국내 구매대행 사이트에서는 이탈리아제 핸드메이드 란도셀 책가방이 204만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페로니 최고급 가죽을 이용한 이 제품은 수작업으로 염색을 진행했으며, 브래킷은 고품질의 안전한 일본산 쇠장식을 사용했다. 세부장식의 경우 22K 순금이 쓰였다. '명품 책가방',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초등학생 책가방에 대한 인기가 여전하다. 소비자들은 구매대행, 해외 직접구매(직구), 중고거래 등을 통해 명품 책가방을 구매하고 있다. 명품 책가방의 인기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하나뿐인 아이들을 최고로 키우기 위한 부모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A구매대행 사이트에서 204만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란도셀 책가방.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매장 내에서는 고가의 아동 의류부터 유아동용품이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실정이다. A백화점 구찌 키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111만원 짜리 초등학생 책가방은 입고된 지 4일 만에 절반가량이 팔렸다. 해당 매장 직원은 "총 4개가 입고된 후 4일만에 2개가 팔렸다"며 "인기가 높아 빠르게 품절되는 제품"이라며 구매 예약을 권유했다. 최근에는 일본 책가방 란도셀이 인기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명품 란도셀부터 나이키, 푸마 등 각 브랜드 로고를 담은 것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30만~40만원대로, 성인의류 가격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명품 책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복잡한 구매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본 브랜드 선호도 1위 기업인 휘또짱 란도셀과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전문 공식수입 온라인몰 란도셀코리아에서는 소비자가 사이트에 게시된 양식에 맞게 주문서를 작성 후 입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작성된 주문서와 입금이 확인된 후 배송되는 방식이다. 제품 가격은 50만~70만원대. 복잡한 구매과정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에는 주문 및 문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란도셀 인기에 협업 이벤트도 진행되는 모양새다. 란도셀코리아는 최근 국내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 르홉과 손잡고 '리그램 이벤트'를 진행했다.

란도셀코리아 공식홈페이지.

이 같은 명품 책가방이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골드 키즈'가 자리한다. 골드 키즈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나타난 신조어로, 외동으로 태어나 왕자나 공주처럼 대접받는 아이들을 뜻한다. 최근 한 자녀만을 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하나뿐인 자녀를 최고로 키우려는 부모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용어다. 중국의 '소황제 신드롬'과 비슷하다. 지난해 산아제한 정책이 폐지되기 전 중국도 소황제 신드롬이 일었다. 소황제 신드롬이란 애지중지 키우는 외동아이를 의미한다. 최근 '식스포켓', '에잇포켓', '텐포켓' 등의 신조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만혼추세가 짙어지는 탓에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가족구성원들의 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에서 시작되던 게 삼촌, 고모, 이모 등으로 확산 추세다. 실제 한국의 평균 출생아 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2.19명으로 2010년(2.38명)에 비해 0.19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평균 출생아 수가 2010년에 비해 감소 추세라고 분석했다. 출생아수별로 보면, 출생아수가 없는 기혼여성의 비율(6.6%)은 2010년(4.0%)에 비해 2.6%p 증가했다. 출생아수가 없는 기혼여성의 비율은 29세 이하에서 13.4%p, 30대에서 8.3%p 증가했다.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를 뜻하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ㆍDINKs)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가임 기혼여성(15~49세) 692만명 중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여성은 77만8000명(11.2%)으로, 2010년 대비 29만3000명(4.9%p) 증가했다. 기대 자녀수도 줄어들었다. 가임 기혼여성의 평균 기대자녀수는 1.83명으로, 2010년(1.96명)에 비해 0.13명 감소했다. 가임 기혼여성(15~49세) 692만명 중 자녀에 대한 추가계획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102만3000명(14.8%)으로, 2010년에 비해 19만2000명 감소했다출생아수가 없는 가임 기혼여성 중 추가계획자녀가 없는 여성은 29만명(37.2%)으로 2010년 15만명(30.9%)에 비해 14만명(6.4%p) 증가했다. 출생아수가 1명이고 추가계획자녀가 없는 여성은 137만1000명에 이른다. 이는 2010년 131만2천명(65.3%)에 비해 5만9000명(10.0%p) 증가한 수준이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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