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호화'…150만원짜리 방에 지갑 열린다

특급호텔 작년보다 가격 낮추고 '경험' 가치 높여…수백만원 패키지 인기

파크하얏트서울 디플로메틱스위트 침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불황에도 1박에 400만원에 달하는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격 진입장벽을 다소 낮추고 '경험'에 대한 가치를 높이면 1박에 수백만원짜리 패키지에도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1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파크하얏트서울이 럭셔리 패키지를 표방하면서 내놓은 1박에 150만~180만원짜리 '디 스위트 템테이션' 패키지는 11월 중순 출시한 이후 20박 이상 판매됐다. 본래 지난 달까지만 한시적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높다보니 올 연말까지로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이 패키지는 프레지덴셜스위트 다음으로 큰 프리미엄 스위트인 '디플로매틱 스위트룸'에서 3~6인이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디플로매틱 스위트룸은 객실면적 112㎡로 벽난로와 미니주방, 손님용 화장실이 따로 있다. 또한 화강암으로 만든 욕조와 욕실 내 TV까지 있어 최고급 객실로 통한다. 객실 정가만 400만원이다. 파크하얏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일 패키지를 390만원에 세금별도로 책정해 선보였지만 비싼 가격 탓에 거의 팔리지 않았다. 이에 이번에는 조식, 미니바 등 기본적인 혜택에 샴페인 1병을 포함, 540만원 상당의 혜택을 150만원짜리 패키지로 구성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하룻밤 투숙에 드는 비용 치고는 고가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만족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붓하게 파티하려는 젊은고객 3~4인 중심으로 묵는다는 설명이다.반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1500만원짜리 '정상의 만찬' 패키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 개도 판매되지 못했다. 이 패키지는 국빈들이 묵었던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머물며 1000만원 상당의 와인을 함께 구성한 게 특징. 객실 내에서 셰프가 직접 요리도 해주지만 비싼 가격 탓에 외면 받았다. '상징성'에만 주력한 게 한계로 꼽힌다. 대신 이 호텔이 기획한 세계 3대 교향악단 빈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실황생중계'는 영상으로 클래식음악을 듣는 것임에도 한 장에 수십만원짜리 티켓이 거의 다 팔려나갔다. 30만원짜리 R석과 35만원짜리 P석은 이미 매진돼 전체 500석 중 S석만 일부 남아있는 상태다.콘래드서울에서는 1박에 50만~60만원대 스위트 이스케이프 패키지가 연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434개 객실 중 스위트룸은 30개 정도인 콘래드서울에서 이번 패키지는 전체 패키지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스위트룸 1박과 조식뷔페, 칵테일 등이 포함된 게 특징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엔 이미 만실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럭셔리 패키지도 소비자들이 어디에 가치를 두는가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면서 "가격이 높다면 그에 준하는 희소한 경험을 담아야하고, 차별화에서 밀린다면 과감하게 가성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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