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지난달 19일→16일→다음주' 3차례나 미뤄전원회의 당일 다 돼 "위원장 국회 출석 때문" 석연치 않은 설명 '지나친 편의 제공' '국정 농단 사태 진정용' 등 의혹 커져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한진그룹의 총수 일가 고발 의견을 전원회의에 상정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원회의 일정을 또다시 미뤘다. 심의 연기는 한진그룹이 원하는 바다. 공정위가 이미 2차례 일정 연기로 '특정 대기업 봐주기'란 지적을 한몸에 받고서도 여론 무시형 행보를 이어나가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 수습' 차원의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공정위는 16일 "오늘 전원회의 의안 중 '기업집단 한진 소속 계열사들의 부당 지원 행위 및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 제재' 건은 정재찬 공정위원장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으로 인해 심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 국회 일정 때문에 30분 뒤 과천 심판정에서 열리는 전원회의를 이끄는 게 불가능해 부득이 심의 연기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다섯 달 전인 지난 6월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남매가 그룹 총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회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부과 처분과 함께 조원태 ·현아 남매를 검찰에 고발하는 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공정위원장 없이도 전원회의는 진행될 수 있고, 심의 일정이 두 번이나 미뤄졌던 상황을 고려할 때 공정위의 선택엔 의문 부호가 달린다.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일은 당초 지난 9월 말로 검토됐다가 10월19일, 11월16일로 연거푸 연기됐다. 이는 한진그룹 측이 원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한진그룹 측은 10월19일 전원회의 일정이 확정된 뒤 공정위에 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구하면서 '심의 일정이 늦춰질수록 좋다'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추가 의견 제출 기회 부여, 심의 기일 변경 등 한진그룹 측 요청을 사건 절차 규정에 따라 검토해 허가했을 뿐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피심인(한진그룹) 방어권 보장과 심의의 효율성 측면에서 요청을 인정해 심의일을 11월 중으로 미뤘다"고 했다.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심사 때 공정위가 의견서 제출 기한을 각각 2주, 4주 연기해 달라는 양사의 요청을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전면 거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진그룹에 지나치게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공정위는 "심의 기일이 피심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공정위는 세 번째로 심의를 연기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에 손도 대지 말아야 할 때 사서 구설에 오르는 꼴이다. 도리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이 전원회의를 주재하지 않으면 국회 등에서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 심의 연기가 이뤄졌다"면서 "관심도가 높고 중요한 사안이라 일주일가량 미뤄 다음주 위원장 주재 전원회의에서 제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즘 같은 시국에 쓸 데 없이 오해 받을 행동을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전원회의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뤄진 점은 두고두고 개운치 않다. 공정위가 3차 연기 사유로 제시한 위원장 국회 출석 일정도 5일 전에 벌써 공개한 주간일정표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부랴부랴 전원회의 당일 일정을 변경한 과정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심의를 최대한 늦추려는 외부의 입김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진그룹 측은 전원회의 출석을 앞두고 조원태 ·현아 남매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상황에서 총수 일가 상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그 파장을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측은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했으며 공정위 고위 간부 출신이 이 사건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른 측면에서 최순실 게이트와의 연관성을 찾는 시각도 있다. 최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씨 사업을 도우라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의 요구를 거부하고 그룹 차원에서 매출액에 비해 적은 출연금을 미르재단에 내는 바람에 미운털이 박혀 한진해운 법정관리 돌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씨 관련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사태 확산을 경계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정부 입장에선 '한진그룹 검찰 수사 연기 내지 취소' 카드도 충분히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