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구속···檢, 최장 20일 확보 ‘국정농단’ 실체 규명되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청와대 참모진의 수발로 박근혜 대통령과 문건을 공유하는 등 국정을 사유화하고,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거둬들인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씨가 구속됐다. 두 달여 국외 도피 끝에 지난달 30일 돌연 귀국한 지 나흘 만이다. 국정농단 사태 주인공 중 한명이 첫 구속자가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사기미수 혐의로 최씨를 구속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후 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돈을 내놓을 의무가 없는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미르, K스포츠 두 재단은 각각 국내 16개 그룹(486억원), 19개 그룹(288억원)으로부터 단기간 내 총 774억원을 출연받았다. 검찰은 최씨가 개인회사 더블루케이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부터 장애인 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따내고, K스포츠재단을 통해 롯데그룹으로부터 투자 명목 70억원을 요구해 챙겼던 것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 신분을 요구하는 신분범죄로 검찰은 일단 최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과 공모해 범행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정책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대통령의 명으로 경제부처에 지시·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자리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재단 설립·모금 전반을 직접 의논하지 않았더라도 금고라 할 수 있는 재단을 불법 설립하고, 여기에 출연금을 채워 넣도록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씨가 사업을 추진하면, 청와대 측이 자금·일감이 들어가도록 힘을 싣는 형태다. 검찰은 2일 피의자 조사 도중 긴급체포한 안 전 수석에 대해서도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씨가 기업들 주머니를 헐어 세운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빼내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최씨가 더블루케이를 통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연구용역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7억원을 가로채려다 실패한 혐의(사기미수)를 적용했다. 연구용역 수행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업체를 통해 재단에 쌓인 돈을 빼내가려다 실패한 셈이다. 다만 검찰은 아직까지 재단 자금이 최씨 측으로 직접 새어나간 단서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한 최씨를 상대로 재단 설립·운영을 둘러싼 각종 불법 의혹은 물론 외교·안보 등 국정을 다룬 각종 청와대 문건을 빼내 이를 수정하거나 정부 부처 인사 등에 개입한 ‘국정농단’ 의혹,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출결특혜 의혹 등을 차례로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은 문건 유출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석비서관을 늦어도 다음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최씨 측이 딸 유라씨가 고3이던 2014년 승마 등 체육특기자 전형 정보가 담긴 청와대의 입시정책 보고서를 미리 받아 본 의혹 관련 구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도 전날 불러 조사했다. 최씨가 재단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재계를 상대로 금품을 뜯은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씨가 딸 정유라씨와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를 통해 삼성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3일 삼성전자 김모 전무를 불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후원 경위를 추궁했다. 앞서 롯데, SK 그룹 관계자도 조사한 검찰은 두 재단에 자금을 낸 대기업을 모두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직전 거액 후원금을 냈다가 돌려받은 롯데, 투자 논의 과정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 오간 의혹이 제기된 부영 등 석연찮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계가 단지 불법설립 재단에 출연금을 댄 것에 불과하다면 일견 ‘피해자’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규제완화 등 유리한 경제정책이나 사정(司正)무마, 특별사면 등 청와대를 바라보고 주머니를 열었다면 이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 정책 수행 차원에서 지시를 받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에서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경우 자금을 내놓는 취지가 기업경영 관련 경제정책 결정·집행이나 금융·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것만으로도 대가관계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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