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시장 붕괴 경고에 우려 고조
소비 증가 없는 경제성장 '유령 GDP'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한 보고서를 지목했다.
시트리니 리서치가 전날 공개한 이 보고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조회 수 750만회을 기록하며 월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공지능(AI)이 지나치게 성공적이어서 경제에 충격을 준다는 내용이 보고서의 골자다. 2028년 6월30일 미국의 실업률은 10.2%로 치솟고 S&P500지수는 올해 10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년간 약 38%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증시는 흔들렸다.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1% 이상 떨어진 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66%, S&P500지수는 1.04%, 나스닥지수는 1.13% 하락 마감했다.
특히 AI가 소프트웨어 업종을 잠식한다는 공포까지 겹치며 IBM 주가는 13.15% 급락하기도 했다. 25년 만에 최악의 낙폭이었다. 도어대시는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에서 수익이 악화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예시로 등장하며 이날 6.6% 하락했다.
2028년 AI 효과로 GDP 고공행진…실업률 10%·S&P 38%↓
이 보고서의 제목은 '2028 글로벌 지능 위기'이다. AI로 나타나는 '유령 국내총생산(GDP)'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GDP는 한 자릿수 중·후반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해당 성장이 소비 증가로 연결되지 않아 기형적 경제 구조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AI 도입 초기인 올해의 경우 AI가 코딩, 분석, 법률, 재무 등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며 사무직을 중심으로 노동자 해고가 급증한다. 인건비가 줄며 기업의 이익은 늘고 주가도 상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업 이익은 고스란히 AI 컴퓨팅에 재투자된다.
그런데 기계는 소비를 하지 않기에 AI가 만들어낸 생산은 실물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AI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기업은 더 많은 직원을 자르게 된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소비 여력은 감소한다. 이는 다시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기업은 다시 인건비 절감과 AI 투자로 매출 지키기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AI로 인해 퇴출당한 고소득 전문직들은 배달이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사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도 경쟁이 심화하면 임금이 줄게 된다. 보고서는 "AI가 잠식하고 있는 사업과 일자리는 '미국 경제'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 경제'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올해 시장은 AI의 부정적 영향을 소프트웨어 등 특정 산업 분야만의 문제로 여겼다. 해당 종목의 주가는 미끄러지는 중이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시트리니 리서치의 시각이다. AI가 기존의 소비자 거래를 자동화하고 전통적인 중개 기반 수익 구조도 약화할 것으로 본다.
도어 대시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부터 마스터카드 같은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AI 도입으로 플랫폼 종속성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 마진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AI로 인한 위기가 실물경제에서 금융 부분으로 번져가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경제가 붕괴하며 증시는 급락하고, 사모 대출과 주택 담보 대출 등 신용 시장 전반으로 위험은 확산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미흡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 섹터 리스크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한다고 시트리니 리서치는 전망했다.
"월가 우려 정확히 포착" 평가…"허구 이야기에 급락" 지적도
다만 이는 최악의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나리오 중 일부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투자자로서 우리는 포트폴리오의 어느 부분이 향후 10년간 유지되지 않을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지 평가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보고서에 대해 "월가의 우려를 정확히 포착했다"며 "23일 시장의 많은 움직임은 보고서가 설명한 상황과 대체로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가 과장됐으며 AI의 위험을 과대평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 경제 매체 포천은 '유령 GDP' 주장은 AI로 대체된 인간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진다고 가정하지만, 역사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가치를 재분배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급속 냉동식품이 등장하며 농업 고용 비중이 급감했지만, 경제는 다른 곳으로 가치를 재분배했다. 또 사람들은 효율성뿐 아니라 신뢰, 미적 감각, 교류를 원하기 때문에 경험을 기획하고, 스토리를 만들며,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영역에선 인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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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로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놀라운 반응"이라며 "나는 이 시장이 실제 악재에 직면해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을 목격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허구의 이야기 하나가 시장을 급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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