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황·정부 기조따라 '규제·완화' 반복돼
李 정부, 6개월 만에 文 정부 수준으로 회귀에서
기존 대출까지 정조준…"역대 가장 강력한 신호"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금융권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다주택자 대출' 정책은 그간 부동산 시장 상황과 정권의 기조에 따라 운명을 달리해왔다. 다만 이번에는 역대 정부 중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유가 뭘까.
정권 따라 달라진 신규 대출 한도…LTV 70%에서 전면 금지까지
역대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집값 급등기 또는 하락기 등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냉·온탕을 오갔다. 부동산과 다주택자를 바라보는 정권 기조도 대출 규제에 영향을 미쳤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자산 증식 억제에 초점을 두고 신규 대출을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진행돼왔다. 반면 임대사업자의 경우 제도 도입 초기에는 장려됐지만 집값 급등기 투기 통로로 지목되며 강력히 차단되는 과정을 겪었다.
다주택자의 대출이 가장 활발했던 것은 박근혜 정부 때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미분양이 넘치고 거래절벽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통해 다주택자도 무주택자와 같이 집값의 70%(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대출을 풀어주자 수요가 살아났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며 집값도 완만한 우상향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 사이 다주택자가 15만명가량 늘어나는 등 다주택자 비중이 급증하는 계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대출은 이전과 정확히 정반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과잉으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자 문 정부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출을 잠갔다.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의 다주택자 LTV를 40%로 축소했고, 2018년에는 규제지역 내 신규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다. 임대사업자에게는 가장 혹독한 시기로 기억된다. 정권 초기만 해도 민간 임대 주택을 늘리기 위해 장려됐으나, 집값이 급등하자 대출 차단과 신규 등록 폐지 등 어려움을 겪었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도 이 시기 도입됐다.
다주택자 대출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일부 되살아났다. 2023년 규제지역은 LTV의 30%, 비규제지역은 60%까지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유지됐음에도 이 기간 대출은 크게 늘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2022년 말 15조4202억원에서 2024년 38조4028억원까지 증가했다.
李 정부 3개월 만에 文 정부 때로 회귀…이제는 기존 대출까지 규제 영역으로
이재명 정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잠시 30%(규제지역)로 풀렸던 다주택자 대출의 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다주택자 주담대 대출은 지난해 6·27 대책에서 차단됐고, 임대사업자 역시 9·7 대책을 통해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대출을 막았다. 사실상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이 전면 금지된 문 정부 때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다시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기존 대출자의 만기 연장과 대환을 정조준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신규 대출을 중심으로 규제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기존 대출까지 규제의 영역에 넣었다. 대출을 안 해주는 것을 넘어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 신호"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보유 주택을 시장에 풀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집값 불안의 이유가 공급에 있다고 보고 신규 공급 외에 시장에 거래 매물을 내놓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만기 연장이나 대환을 까다롭게 보고, 거부할 경우 대출원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간접적인 방식으로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 한다는 얘기다.
김 전문위원은 "금리 조정 정도로 가능한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을 신규 수준의 엄격한 기준으로 보겠다는 것인데, 다주택자가 되지 말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세제, 대출 모두 강화하면서 만기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실제 그 전에 매각을 시도하려는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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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알짜 지역이 아니거나 비아파트 등 매력적인 매물이 아닐 경우에는 주택을 내놔도 팔리지 않아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환금성이 좋은 주택은 매물이 출하되면 거래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순기능이 될 수 있지만, 다주택자 매물 중에서는 그렇지 않은 주택이 더 많다"며 "현재 수요자 트렌드는 저가라고 무조건 사지 않는 경향이 있는 만큼, 팔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일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신용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금융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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