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공화국] 뷰티업계의 악순환…'시장 확대냐 베끼기냐'

가해업체와 피해업체 구분없어해외업체, 국내 경쟁사 등 히트상품 나오면 일단 베끼기

대나무수딩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국은 세계 뷰티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한방 화장품, 쿠션 파운데이션, 아이디어 색조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연일 히트상품을 내놓고 있는 데다가 새로운 제형, 성분 개발에도 발빠르다. 에스티로더는 국내 중소 브랜드에 사상 최초로 공식적인 투자에 나섰고, 럭셔리 뷰티회사인 디올은 한국의 기술을 배우겠다며 국내 업체 본사를 직접 찾았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해 올해 한국 화장품의 연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는 항상 그늘이 존재한다. 국내 뷰티시장에서 오랜 관습처럼 굳어진 '미투(Me too·모방)'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 브랜드의 특정 제품이 호응을 얻으면, 곧바로 콘셉트부터 패키지 디테일까지 그대로 베낀 것들이 쏟아진다. 최근들어 원조제품의 출시와 미투제품의 출시 간격도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원조인지 알기 힘들 정도다. 문제는 업계가 피해업체와 가해업체로 양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는 B의 제품을, B는 또 다시 C의 제품을, C는 A의 제품을 모방한다. 화살이 돌고 돌아 본인의 등 뒤에 꽃히는 셈이다. 올 여름 히트상품이던 대나무수 젤 제품은 토니모리, 더샘, 더페이스샵, 비욘드, 니베올라, 듀이트리 등 복수의 업체에서 유사한 시기에 출시됐다. 대나무추출물을 함유했고, 대나무의 마디 등 외형을 본따 패키지를 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 업체들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내놨다는 입장이며, 사실상 어느 업체가 '원조'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복숭아 핸드크림(좌:토니모리, 우:더샘)

왼쪽의 사진을 보자. 브랜드숍 토니모리가 지난 7월 공식적으로 더샘의 복숭아 핸드크림이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사진이다. 왼쪽이 토니모리, 오른쪽이 더샘의 제품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패키지의 질감이나 형태, 제품의 종류(핸드크림)이 동일하다. 토니모리 측은 해당 제품으로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중이었으나, 더샘의 유사제품이 출시되면서 매출타격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토니모리 역시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클레어스코리아의 마유크림과 클라우드나인 크림을 본따 제품을 모방해 제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패키지 구성과 컬러, 제품명도 거의 비슷해 마유크림의 최대 수요 주체이던 중국인 관광객의 눈에는 같은 제품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끝없는 논란에 각각의 특허 주고받기로 논란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과 은 지난달 각각 화장품, 생활용품 분야의 일부 등록특허를 서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계약을 통해 두 회사는 진행중인 특허 관련 소송도 취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게 쿠션 화장품에 적용된 특허를,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에게 치아미백패치에 적용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니모리 마유크림, 클레어스코리아 마유크림, 클레어스코리아 클라우드나인 크림, 토니모리 클라우드 크림.<br />

업계에서는 제조전문 업체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 같은 미투논란은 향후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별도의 연구나 핵심기술 없이도 특정 콘셉트의 제품을 생산하는데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은 자체 생산시설이 아닌 아웃소싱을 통해 제품을 제조, 출시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다수의 브랜드가 사실상 같은 제조공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과정에서 제조 전문 업체를 통해 얼마든지 단기간에 유사제품을 만들어 브랜드 이름만 붙여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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