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때 아닌 시청사 이전 논란에 휩싸여있다. 청사 신축의 필요성과 예산을 산정하는 정책연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지역 국회의원의 요구로 신청사 위치를 선정하는 연구용역으로 방향이 급선회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정위기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청사 이전을 논하는 것에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인천시는 올해로 준공 30년을 맞은 현 남동구 구월동 시청사가 노후화하고 사무공간이 부족함에 따라 지난 3월 '신청사 건립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본 연구'를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했다.시는 이 연구가 정식 용역연구가 아니라 시청사 신축이 필요한지, 예산은 어느 정도 투입되는 지를 검토하는 정책연구라고 밝혔다. 시 재정형편상 당장은 어렵지만 건물 노후화를 고려해 언젠가는 청사를 신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용역을 착수했으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청사 신축을 위한 장기 전략을 세울 계획이었다.하지만 시는 연구결과를 한달여 앞두고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시청 신청사의 위치를 선정하는 연구용역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바꿨다.서구 루원시티를 시청사 이전 검토 지역에 포함시켜 달라며 단식에 돌입한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강화군갑)의 요구 때문이다.이 의원은 "지난 3일 유정복 시장을 만나 신청사 입지를 현 청사 부지로 한정하지 않고 시 전역을 대상으로 조사해 위치를 먼저 선정한 뒤 세부 건립계획을 수립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이 의원은 "인천시가 의뢰한 용역연구가 현 구월동 청사 부지 사용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어 서구 루원시티를 이전 대상지역에 포함시켜 가장 적합한 입지를 찾아야 한다"며 "300만 인천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최적의 시청사 부지가 어디인지 인천시민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지리적으로 인천의 중심에 위치한 루원시티가 시청의 새로운 입지로 최적지라며, 시청이 루원시티로 이전하면 루원시티 개발사업과 원도심 균형발전에도 막대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루원시티'는 낙후한 원도심인 서구 가정동을 복합도시로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10년 가까이 사업 진척이 없다가 지난 5월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이 의원은 "일각에서는 루원시티를 신청사 이전 부지에 포함시켜달라는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한다"며 인천의 미래 50년을 내다보고, 인천의 재도약을 이끌 최적의 장소에 시청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게 자신의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청사 문제는 이전 부지를 둘러싸고 지역주민들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인천시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현 청사 증축이든 이전이든 간에 시청사 신축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의견들도 있다.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진행중인 정책연구가 시청사 신축인지, 개축인지에 대해 처음부터 분명히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했다"며 "'(예비)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후 재정대책도 미흡하고 시민부담만 전가되는 상황에서 시청사 신축이 거론되는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김 처장은 또 "이학재 의원이야 정치인으로서 입장이 있다지만 시청사 이전 문제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인천시가 이 의원을 설득하지 않고 요구를 수용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새정치연합 인천시당은 더욱 쓴소리를 내고 있다.시당은 논평을 내고 "인천시의 정책연구엔 시청 이전에 대해 한 마디도 없는데 이 의원의 지역구인 서구를 이전 대상에 넣어 달라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며 "청사 이전 계획이 포함된 용역이라면 이 의원 요구가 타당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시당은 이어 "지금 인천시는 준전시상태의 재정위기를 맞고 있고, 빚만 13조1천억원에 달한다"며 "이 의원이 자신의 총선 이익만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오명을 벗고 인천시의 부채극복에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당장에 시청사를 새로 지을 수도 없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청사 신축여부를 검토했으나 이 의원과 서구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 수용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루원시티를 특정한 게 아니라 인천시 전역을 대상으로 이전부지를 선정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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