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 호, 2항차 연구 동행 취재
[북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011년~2013년까지 매년 북극을 탐험하면 북극곰을 반드시 보았었죠. 지난해에는 북극곰을 볼 수 없었어요. 올해도 북극곰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우리나라 쇄빙선인 아라온(ARAON) 호는 2009년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줄곧 함께 해 온 이재근 아라온 호 갑판장의 말이다. 이 갑판장은 6년째 아라온 호의 갑판을 지키며 남북극 탐험의 현장을 지켜봐 온 사람이다. 지난 7월 중순에서 8월말까지 2015년 북극 1항차 탐험을 끝냈다. 아라온 호는 지금 2항차 탐험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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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한국을 출발해 하와이의 호놀룰루, 알래스카의 북쪽 작은 도시 배로(Barrow)를 거쳐 북극에 도착했다. 현재 아라온 호는 알래스카 배로에서 약 460㎞ 떨어진 공해상에 있는 첫 연구지점에 도착했다. 아라온 호를 타고 북극 2항차 탐험 동행 취재에 나섰다.망망대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바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북극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많이 녹고 있다.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곳이 푸른 바다로 변해 망망대해는 더욱 넓어졌다. 26일 현지 시간으로 아라온 호는 지금 북위 74도를 통과하고 있다. 2000년 8월말~9월초에는 빙하로 가득했는데 2015년 같은 시기에 같은 지점에서 해빙(海氷)은 보이지 않는다. "글쎄요. 2013년에 북극곰을 보았는데 뭔가 측은한 느낌이 들더군요. 북극곰하면 덩치가 크고 당당하고 용맹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북극곰은 힘도 없어 보이고, 굶주림에 지친 표정이 역력하더군요."사납고 용맹함을 자랑하는 북극곰이 이젠 지쳐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먹이 활동이 여의치 않으면서 북극곰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2100년에 멸종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북극곰 하나 사라진다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북극곰의 멸종은 기후변화의 최후를 보여주는 상징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에 절체절명의 위협이다. 북극곰의 멸종이후 그 대상은 이제 인류가 될 수도 있다. 교황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인류 생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0년 동안 관측한 데이터를 보더라도 이는 확인된다. 북극의 겨울철 평균기온의 경우 지표온도가 10~1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아라온 호 2항차 북극탐험의 임무 중 하나에는 예전 기후환경 조사도 포함돼 있다. 바다 속 퇴적물과 지형 연구를 통해 고대 북극에는 어떤 기후가 존재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음파를 쏘아 지층구조도 밝힐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지형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라온 호 2항차 연구는 오는 9월11일까지 계속된다. 북위 78도까지 탐험할 이번 항해에서 북극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북극은 단지 우리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곳이 아니다. 북극의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그 변화의 영향은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북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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