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자체, 재난 터져도 구호에 쓸 돈이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 등에 대비해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재난·재해기금을 재난과 무관한 사업 융자 등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각종 긴급 대형재난 발생 시 재난ㆍ재해기금의 가용재원이 부족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감사원은 18일 '재난ㆍ재해기금 운영 실태'결과 55개 지자체가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재난ㆍ재해기금 1조4791억원을 통합관리기금에 예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국회의 요구에 의해 실시됐다.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2014년 9월말을 기준으로 재난관리기금 총 조성액 1602억원 가운데 82.3%(1318억원), 재해구호기금 총 조성액 1669억원 가운데 86.6%(1445억원)를 통합관리기금에 예탁했다.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85개 지자체 가운데 55개 지자체는 재난관리기금 총 조성액 1조1393억원 가운데 7473억원, 재해구호기금 총 조성액 8083억원 중 90.54%인 7318억원을 통합관리기금에 예탁했다. 이 기금들은 재난ㆍ안전과 무관한 SOC사업이나 일반회계 재정 부족을 메꾸는 데 대부분 사용됐다. 그 결과 정작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재난ㆍ재해기금을 통합관리기금에 예탁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에 예치한 경우와 달리 태풍 등 각종 대형재난 발생으로 기금을 긴급하게 사용해야 될 상황이 발생할 때에 통합관리기금의 자금 사정 등에 따라 예탁금을 신속히 인출하여 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재난ㆍ재해기금 예탁금 상환액이 통합관리기금운용계획상 주요 항목 지출금액의 10분의 5를 초과할 때에는 지방의회의 의결절차 등을 밟아야 해서 집행 절차 자체가 복잡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55개 지자체에 대해 통합관리기금에 예탁된 재난관리기금 및 재해구호기금을 빠른 시일 내에 각각의 기금계좌로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재난관리기금 및 재해구호기금을 재정융자 및 지방채 상환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설치·운영하는 통합관리기금에 예탁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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