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19일부터 재정이 수반되는 모든 법령에 대해 비용추계서 첨부가 의무화되지만, 정작 이를 담당해야 할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필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국회는 지난해 2월28일 예산이나 기금이 소요되는 법률의 경우에는 비용추계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전에는 의원들이 재정이 수반되는 법률을 만들 때 의원실 자체에서 비용을 추계하거나 예외 조항 등을 활용해 비용 추계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의원이 발의하는 모든 법률의 경우 예정처의 추계서나 추계요구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추계요구서를 제출할 경우에는 비용추계가 제출되어야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발의된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합해지거나 수정안이 발의될 경우에도 예정처의 비용추계는 반드시 필요해진다. 이처럼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용 변화에도 일일이 비용추계를 하도록 의무화 한 것은 법안을 심사하는 의원들이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얼마만큼의 비용이 소요되는지를 파악해 법안 심의과정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이처럼 까다로운 법률안 제출요건과 심의과정을 추가한 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관계자들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그동안 재정이 수반된 법령들의 경우 65%는 의원실에서 비용을 추계하고, 35%만 예정처에서 담당했다. 하지만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이제 35%를 담당했던 예정처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65%를 모두 비용추계를 해야한다. 예정처의 비용추계 업무가 2배 이상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문제는 이처럼 중차대한 비용추계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국회법이 개정된 이후인 지난해 4월8일 예정처는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롭게 늘어난 비용추계 업무를 맡을 인력 16명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국경복 당시 예정처장은 "국회법 등의 개정으로 의원발의 재정수반 의안의 비용추계서 작성 주체가 예정처로 일원화되고, 위원회 수정안 및 대안의 경우에도 비용추계서 첨부가 의무화됨에 따라 비용추계 대상이 대폭 증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조세특례제도 도입 의원법률안에 대한 평가 및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지정을 위한 의견제시 등 다양한 신규업무가 예정처에 부여됨에 따라 필요한 적정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했다.하지만 법이 통과된지 1년이 지나 예정처에서 모든 의원발의 법안에 대해 비용추계를 하게 된 시점까지도 인력 증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정처는 기존의 인력만 가지고 비용추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회는 그동안 몇차례 예정처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 비공식적으로 논의를 했지만 "후반기 국회로 넘기자",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법안 처리가 미뤄왔다. 그 결과 비용추계를 위해 필요한 인력들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지금 당장 신규 인력이 설령 충원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를 담당하기까지는 교육 등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입법 과정 전체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국회 관계자는 "예정처에 적정한 인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입법자인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불편이 끼쳐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손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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