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08년 리모델링 후 면허 변경때 '기계적' 허가 내줘...막대한 특혜 논란 해소 기회 놓쳐...로비 등 의혹 제기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남산케이블카.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사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남산 케이블카가 서울 시민의 공공재인 자연 경관ㆍ부지를 활용해 50년이 넘게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에 대한 정책적 고려없이 2008년 남산케이블카 측이 신청한 삭도 면허 변경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나 '부실 관리' 지적이 일고 있다. 시 입장에선 당시 삭도 면허 변경 신고가 특혜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를 놓쳐버린 것이다. 실무 부서에서 기계적으로 신고를 내줬다는게 시의 해명이지만, 이미 시 안팎에서 남산케이블카 운영 업체 측이 제도적 미비로 큰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어서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산림청, 중구청 등 관련 당국들도 이 같은 상황을 소극적으로 방관하는 것을 넘어서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7일 시에 따르면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한국삭도공업'은 2008년 노후화 및 안전 사고 우려에 따라 케이블 및 캐빈을 교체하면서 시에 삭도 면허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삭도 면허의 경우 정해진 시한이 없어 일단 한 번 발급받으면 '자손 대대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 한국삭도공업 측의 당시 삭도 면허 변경 허가 신청은 시 입장에서 특혜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침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삭도 면허 허가 및 변경권도 1999년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시로 이관됐고, 2005년에는 권련 법에 변경허가를 내줄 때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 증진, 환경의 보전 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조건까지 신설된 상황이었다. 사업권에 시한을 두거나 남산을 이용하는 관광객ㆍ자연보호 등을 명분으로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등 사업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된 것이다.하지만 당시 시 당국은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한국삭도공업 측의 삭도 면허 변경을 허가해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면허 변경 허가 같은 것들은 일정 조건만 갖추면 자동적으로 내주게 돼 있는 것들이 많아 아마 당시 실무진에서도 별다른 검토 없이 기계적으로 그냥 허가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당시에도 이미 시 안팎에선 한국삭도공업이 1961년에 받아낸 삭도 면허 하나만을 근거로 남산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등 공공재산을 이용해 케이블카를 운영하면서 연간 수십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는 다음해인 2009년 남산케이블카 사업의 독점에 따른 특혜 논란을 해소하고 관광객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하에 남산에 곤돌라를 새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시 안팎에선 2008년의 삭도 면허 변경 신고와 관련해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조례 제ㆍ개정 권한을 활용해 남산케이블카의 독점적 운영 수익 환원 등에 나설 수 있는 시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한국삭도공업 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가 2009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그나마 보완책인 대체 공공 시설(남산 곤돌라) 설치에 나서려고 할 때마다 일부 시의원들이 '중복 투자 및 예산 낭비',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시의원들은 사기업체가 50여년간 공공재산을 활용해 막대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이미 남산케이블카가 있는 데 시가 왜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중복 투자를 하느냐",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높다"며 시의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사실상 한국삭도공업 측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고 있다.이와 함께 남산 정상부 케이블카 승강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대책 없이 연 3000만원의 점용료만 받고 있는 산림청, 관광객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대체 시설 설치 등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중구청 등에 대해서도 특혜 방조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시의 한 관계자는 "사업주 측이 관변단체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누구나 다 남산케이블카 얘기를 알고 있지만 함부로 내뱉지도 못하고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분위기가 수십년째 시 내부에 팽배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