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생 '안영이'와 버티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버티기' 지난 달 28일 성황리에 개최된 '2014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을 지켜본 소감은 이 세글자로 요약된다. 여성 리더들의 성공 스토리는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성(性) 차별을 극복하고 한계단씩 밟아가는 과정은 끈기와 인내의 발현이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꿈을 향한 굳건한 행보였다. 차별에 대한 도전,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성공에 대한 확신은 버티기의 다른 말이었다.  임수경 한전KDN 사장은 패널토론에서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여성 신입사원 안영이를 언급하며 "장그래(미생 주인공)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지만 안영이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미생 속 안영이는 다른 사원보다 실력이 뛰어난 '넘사벽(넘 볼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유일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직장생활에서 온갖 차별을 받는다. '분 냄새를 풍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상사들의 타박은 그치지 않는다. 그때마다 그녀를 지켜준 것은 '버티기'다. 커피 심부름은 물론 구두 심부름에 담배심부름까지 남자 상사들이 시키는 허드렛일을 묵묵히 견딘다.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안영이는 독한 근성으로 현실의 벽을 넘어선다. 그런 점에서 버티기는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이자 당당함이다. 이날 특별강연에 나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도 명쾌하게 제언했다. 어저재부. '어설프게 저항하면 재앙을 부른다'는 우스갯소리이지만 행간의 뜻은 깊다. 불합리한 조직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조직에서 끝까지 버텨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서야 한다는 것이다. 성차별이 존재하는 조직문화에 지레 포기하고 그만두지 마라는 조언이다. 내년에는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초월하는 여초시대가 개막한다. 하지만 진정한 여초시대는 양성평등이 실현될 때다. 그 지름길은 여성들이 쥐고 있다. 당당히 현실에 맞서고 버텨 이겨내는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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