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샤오미에 낀 삼성, 정체성 찾아야'

가치투자 대가 허남권 부사장 진단…中 샤오미 탐방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CIO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성장이 주는 교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CIO)은 지난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3분기 실적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무게를 실었다. 며칠전 샤오미 기업탐방을 위해 직접 중국출장을 다녀온 허 부사장은 샤오미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고 운을 뗐다. 시가총액의 16%(10월 말 기준)를 차지, 국내증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비중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샤오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녀온 출장이었다. 허 부사장이 운용하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설정액이 3조817억원(4일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 펀드의 삼성전자 비중은 10% 내외다. 허 부사장은 소니의 스마트폰을 예로 들며 삼성전자의 전략적 행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니가 견고한 하드웨어에 독보적인 카메라·음향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샤오미 등 저가폰에 밀리면서 결국 중국 시장 축소에 나선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결국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능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애플의 아이폰과 방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샤오미 사이에서 삼성전자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찾지 않으면 앞으로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허 부사장은 "샤오미는 애플의 강점을 모방하면서도 독자적인 소프트웨어(OS)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애플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소비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값싸고 품질도 좋은 스마트폰이 나온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어디에 방점을 두고 전략을 펼쳐나갈 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샤오미가 소프트웨어(MIUI)에서 자체 마켓을 운영해 게임과 각종 앱을 판매하는 등 스마트폰을 부가가치를 팔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면서 이익창출의 기회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갔고 이제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샤오미의 행보가 스마트폰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홈 서비스로 이어지면서 중화권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샤오미가 출시한 49인치 초고화질(UHD) 스마트 TV를 써보니 품질도 괜찮고 가격은 3999위안(66만원)에 불과했다"는 허 부사장은 "중국제품이 값싸고 품질 떨어진다는 인식도 이제는 옛말"이라고 전했다. 샤오미 외에도 중국 콘텐츠기업과 모바일게임업체를 탐방하며 투자기회를 살핀 허 부사장은 투자자본도 결국 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후강퉁(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 간 교차매매 허용제도) 등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가 저성장에 빠지면서 중국 등 성장률이 높은 국가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서소정 기자 ss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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