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KB금융에 '결자해지' 기회를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국민의 내일에 희망이 된다면, 꿈이 된다면, KB는 멈추지 않아~' KB국민은행 임직원들에게 전화를 걸면 이런 컬러링을 들을 수 있다. 밝고 신나는 멜로디 때문에 듣고 있으면 저절로 힘이 생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국민은행은 물론 KB금융 전체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엔 이 컬러링을 들어도 흥이 나지 않는다. 잇따른 금융사고와 내홍을 겪고 있는 KB금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KB금융에 과연 꿈이나 미래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다시 KB금융에 대해 희망과 꿈을 기대할 날이 올 수 있을까.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오늘 운명의 날을 맞이했다. 오늘 오후에 열리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징계 결정에 따라 KB금융의 앞날에 매우 큰 변화가 올 것이다. 특히 제재대상이 되는 KB금융 임직원 120여명 가운데 포함돼 있는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징계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전 통보된 대로 두 사람 모두에게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KB금융은 경영 파행을 겪으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또 임 회장과 이 행장 가운데 누구 한 명이라도 중징계를 받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취임한지 1년도 안돼 은행 안팎으로 사퇴압력을 받게 되고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면 그동안 회장과 행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이 미완성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임 회장은 그동안 KB금융에 만연했던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한 나눠먹기식 인사 등 적폐를 과감히 타파해왔다. 능력에 상관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고위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다는 그룹 안팎의 부정적인 시선도 점차 사라지며 조직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 상태다. 이 행장의 경우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정착을 약속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최근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신뢰의 위기에서 국민은행을 지켜낼 근본적인 해법은 고객과 함께 공유하는 스토리 금융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임 회장은 국민은행 고객 정보 대량 유출로,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실 대출 비리로 각각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면서 KB금융의 새로운 변화도 빛을 잃게 생겼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사전 통보한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금융사고 여파에 최근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과 조직 내홍 등까지 겹친 게 화근이 됐다. 최고경영자들이 회사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도 경영을 하면서 잘못된 결정이나 판단을 내려 회사나 고객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면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이후 나타나게 될 KB금융의 모습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지금보다 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그 영향은 고객들에게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 스스로 조직의 문제점들을 추스르고 그동안 속 깊게 썩었던 조직 내 병폐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결자해지의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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