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가운데)이 5월 14일 오후 3시 행복주택 첫 사업지구인 가좌지구 현장에서 사업시행자, 건설업체 임직원과 함께 안전시공을 다짐하며 첫 삽을 뜨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자산이나 매출, 인력 등 외형적으로는 국내에서 1·2위를 다투는 초대형 공기업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특성상 정부 정책을 좇아가야하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들 공기업은 외형에 비해 내실은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부채였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부채는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공사 내부의 문제를 넘어 국가경제, 나라살림에도 큰 부담이 됐다. LH와 한전은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벼랑 끝에서 부채감축을 추진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 첫 걸음이 "뼈를 깎은 자구노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LH,폭증하는 부채 내년부터 감소세=LH 의 경우 임대주택 증가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2002년 20조원이던 부채가 2013년 142조원으로 7배 가량 뛰었다. 이에 선제적이고 전 직원이 동참하는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통합공사로 출범한 직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핵심기능 정리와 사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집결했고 지난해 6월 이후부터는 경영체질을 바꾸는 재무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국토부와 재무개선태스크포스를 꾸려 32개 과제를 선정했고 전 직원의 의견을 들어 100대 과제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금융부채 증가속도는 2009년 20조원에서 2011년 6조원, 지난해 2조원으로 크게 둔화됐다. 금융부채의 절대규모도 2012년 111조원, 올해 109조원으로 줄고 2015년 103조원, 2017년 95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LH는 "더이상 빚을 지지 않겠다"는 목표로 사채의 순발행 제로(0)화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재고자산 87조원의 총력판매체제에 들어갔으며 핵심자산 외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은 매각하기로 했다. 자체 사업비를 줄이고자 사업착수 심의시에는 민간전문가를 절반 참여시키고 연간 4조∼5조원은 민간자본을 활용키로 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능(핵심기능 위주재편, 임대주택 운영 관리 효율화) ▲조직(본사 슬림화, 현장중심 조직재설계)▲인력(개발부문서 주거복지로 인력전환, 저성과자 관리 등 인적쇄신)▲방만경영일소(1인당 복리후생비 32%감축, 상반기 내 단체협약 일괄타결)등 전방위적이고 전면적인 혁신을 추진 중이다. LH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작년기준 148조원의 부채는 올해 156조원, 2017년 163조원으로 불어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채감축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올해 149조원을 기록하고 2015년부터는 감소세로 전환돼 2017년에는 143조원으로 20조 가량 감축시키게 된다. 또한 2017년에는 비(非)임대부문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이 되고 2020년에는 금융부채비율이 200%이하가 된다.한국전력의 재무개선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 추진단' 회의 모습
◆한전, 실타래처럼 꼬인 경영여건 부채감축에서 해답찾다=한전의 상황은 실타래처럼 꼬였다. 연료가격은 매년 상승추세지만 정부의 요금규제 정책에 묶어서 전기요금을 필요할 때 올리지는 못했다.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상장사다보니 주가도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재료 없이는 오르지 않고 내려가기만 했다.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일부분 현실화시켜준 것이 물꼬를 터준 셈이 됐다. 내부적으로도 그간 추진해온 자구노력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전이 마련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의 부채감축 규모는 14조7000억원에 이른다. 연평균 500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비롯한 경영효율화를 통해 6조원, 부동산과 출자지분 매각, 비핵심광산 60%매각 등 자산매각에서 5조3000억원, 국내외 사업조정에서 3조4000억원을 각각 줄인다는 계획이다. 부채감축의 노력이 숫자로 드러나니 시장의 신뢰가 회복됐다. 주가는 2013년 10월에서 2014년 5월 사이에 49%가 뛰었고 기업가치는 8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는 145%를 유지하고 2017년에는 143%로 낮아지게 된다. 특히 2012년 3조2000억원의 순손실이 지난해 2000억 순이익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2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