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주 "유로 보호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모든 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2일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ECB가 비전통적 방식을 검토하고 있고 전면적인 공개시장조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은 번지르르 했지만 실제 어떻게 할 것인지 알맹이가 빠진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이었다. 시장이 가장 기대했던 유로존 국채 매입에 대해서도 딱 꼬집어 밝히지 않았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드라기 총재를 오해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웨인버그는 드라기가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자신의 발언에 대해 미디어가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웨인버그는 드라기가 매우 놀랐다고 말한 것은 '나는 지난주 했던 약속들을 이행할 수 없고 당신은 나를 오해했다'는 의미였다고 해석했다. 따지고 보면 지난주 드라기 총재는 유로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이를 유로존 국채 매입 재개 신호로 해석한 것은 시장이었다. 드라기는 국채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물론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국채 매입에 대해 ECB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 유럽 정부가 먼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유럽 국채 시장에서 작동하도록 유럽 정부들이 위대한 결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FSF가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ECB가 유로존 국채를 다시 매입할 수도 있지만 EFSF의 유로존 국채 매입 허용 등 유럽 정부가 좀더 역할을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라기 총재의 속셈이었다. 이는 유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유럽 정부라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었다. 지난주 유로 보호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발언은 ECB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었던 셈이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에서 ECB가 유럽 정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유럽 정부가 건전한 재정 상황을 회복해야만 하며 추가 개혁조치들도 단호하게 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웨인버그는 "우리는 또 다시 ECB로부터 행동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지 못 했다"며 "지금 어떠한 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했고 이를 기대했던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기 총재는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ECB의 행동은 없고 정부를 더 많이 비난했다는 것이 (기자회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FTN 파이낸셜의 린지에 피에그자 이코노미스트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발언 후에 드라기는 정부가 국채를 매입하는데 협력하겠다는 그의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며 "좀더 단호한 행동 계획을 원했던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BTIG의 댄 그린하우스 수석 투자전략가도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약속이나 유로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발언 등은 이미 한번 언급됐던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자들은 약속에 지쳤고 행동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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