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루퍼트 브룩의 '병사' 중에서

내가 죽으면 나에 대해 이것만 생각해주오, /영원히 영국이 된, 외국 들녘의 어떤 구석진 곳이 있었다는 것,/그 풍요로운 땅에 보다 풍요로워진 티끌이 묻히리라는 것/영국이 낳고 기르고 깨닫게 했으며/영국이 어떤 때는 사랑하도록 꽃을 주고 헤매도록 길을 주었던 티끌,/영국의 공기를 숨쉬는 영국의 몸,(……)
루퍼트 브룩의 '병사' 중에서■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들끓던 1915년 4월 23일, 에게해(海), 갈리폴리로 가는 수송선에서 28세의 병사가 이질(痢疾)로 숨졌다. 그가 그리스의 스키로스(Skyros) 섬에 묻혔을 때 영국이 오열했다. 성 베드로 성당의 수석사제는 성당 강단에서 위의 시 '병사'를 낭독했고 윈스턴 처칠은 런던 타임즈에 그를 보내는 고별사를 실었다. 루퍼트 브룩(Rupert Brooke, 1887-1915)은 자유 문화가 꽃피던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지식인이었다. 그는 바이런처럼 잘 생긴데다가 운동에도 뛰어났으며, 영어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보여준 시들을 발표해 문단을 들뜨게 했다. 위의 시는 지나칠만큼 영국 중심의 애국주의가 넘쳐, 그에게 외국의 들녘 구석 중의 하나로 보였을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거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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