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버디스티커'에 얽힌 사연

"오늘은 꼭 나비 붙일 거야."라운드 시작 전부터 고객님들의 각오가 대단합니다. "버디 해야지"가 아니라 "나비 붙여야지"란 대화도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캐디들도 이제는 버디를 하면 모자에 붙여주는 나비 스티커가 필수품이 되어 버렸죠. 어디서 그렇게 버디를 많이 했는지 모자에는 이미 나비가 한가득입니다. 형형색색의 나비가 '나 버디 했지롱~'하며 소리 없는 자랑을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나비가 없는 고객의 모자는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미리 붙여 달라는 고객도 있습니다. 그래야 버디를 할 수 있다나요. 어느 고객께서는 주말 라운드를 하고 귀가하실 때 마다 나비 때문에 사모님과 다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모님 왈 "당신 요새 여자들하고 공치러 다니는 거야?" 그러자 고객님은 "공은 같이 안 쳐도 여자가 있긴 있지"라고 대답하셨답니다.사모님은 화가 나셔서 "그럼 티를 내지 말든가 이런 건 왜 붙이고 다녀"라며 캐디가 붙여주는 버디 스티커인줄 모르고 예쁜 나비 스티커에 질투를 하셨다네요. 이렇게 에피소드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아진 나비 스티커, 당연히 캐디의 필수 준비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비스라는 개념이 저희 캐디들에게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캐디들이 먼저 버디 스티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회사에서 직접 제작 해줄 정도입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꼭 뭔가를 해서가 아니라 고객들께서 좋아하는 걸 파악해 이에 순응한다는 것 자체가 점점 변하는 캐디들의 서비스 마인드입니다.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캐디들 대부분은 근무 후 골프를 치러 부속시설인 드림골프레인지에 갑니다. 레슨도 받고 연습도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골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고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버디 스티커를 받는 고객님들보다 붙여드리는 캐디 마음이 더 즐거운 까닭입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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