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종로구 쪽방촌 주민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여름내 잠자고 있었던 보일러를 다시 가동하고 선풍기 등을 다시 창고에 넣고 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소외된 서민들의 겨울이 더욱 추워졌다. 경기 침체로 쪽방촌에 대한 수요는 늘어가는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어 전세난 등에 따라 쪽방촌 임대로도 올라 소외된 서민들이 거리로 몰리고 있다.쪽방촌 복도. 한 명이 겨우 드나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쪽방이 들어가 있다.
30일 종로구 돈의동, 영등포 등의 쪽방촌의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0.8~1평 규모의 쪽방 임대료가 한 달 23만~2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생활보조금 43만원 중 최고 58%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달 수입의 절 반 이상을 집값에 쓰고 남은 십여만원의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쪽방세를 올린 곳도 발견됐다. 물가상승과 전세난 등에 따라 하루 방값(일세)이 기존 7000원이었으나 1만원까지 올라갔다. 한 달에 한 번 방값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오른 방값 때문에 찜질방, PC방 등을 전전하다 지하철 노숙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쪽방촌은 기존 주택내 0.7~1평 규모의 방을 여러 개로 쪼개 넣어 만든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 주거 생태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 중 하나다. 통상 방 1개에는 1인 가구가 거주하며 화장실이나 세면장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2층 쪽방에서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난간도 없는 이같은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화재예방설비는 커녕 겨울에 계단이 얼어붙기라도 할까봐 주민들은 노심초사다.
국토해양부가 추산한 비주택 거주수는 5만270가구다. 이중 집이 없는 노숙인·부랑인(26%) 등을 제외한 3만7125가구가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여관 등에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중 자활의지가 있는 1132가구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가구가 적기도 적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임대료, 관리비 등을 소화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보증금 100만원에 관리비 40만원을 감당할 수 있는 쪽방촌 주민은 드물다. 나이도 50~60대이며 몸도 성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들 중 드물게 빌딩 청소 등으로 돈을 벌어도 한 달 100만~140만원을 벌어온다. 임대주택 보증금이 100만원이며 관리비가 40만원인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이화순 돈의동 사랑의쉼터 관장의 설명이다. 이 관장은 돈의동 쪽방촌에서 약 20가구 가량을 임대주택으로 보냈다.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에 한해 보냈지만 이들의 생활은 빠듯하다. 월수입 140만원 중 관리비로 40만원 가량 나가고 100만원 정도를 모은다고 해도 10년이면 임대주택을 다시 나가야 한다. 6000만원에 새로운 집을 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까지 많아진 상황에서 이들은 다시 쪽방촌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관장은 "쪽방은 개인이 소유하면서 세를 놓는 곳으로 쪽방의 임대료나 수리보수 등을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쪽방촌 거주민에게 주택 바우처 등 주거비 지원이나 일자리 마련 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