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운드 관광객 2000만명 시대
외국인 관광객 소비공식 전환
'가격'에서 '경험'
지난 11일 찾은 서울 성수동 올리브영과 다이소, 무신사 이른바 '올다무'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사인해를 이뤘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1층 계산대 앞에는 캐리어를 끌고 커다란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결제까지 30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미국인 관광객 29살 에단 밀러 씨는 반소매 티셔츠와 볼캡, 양말 여러 켤레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는 "한국 브랜드가 요즘 SNS에서 많이 보이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합리적이라 놀랐다"며 "명품을 사기보다는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브랜드를 직접 입어보고 경험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공식이 달라졌다. 한때 방한 쇼핑의 대명사였던 면세점대신, K-뷰티·K-패션·가성비 생활용품을 앞세운 로컬 유통 채널로 발길이 옮겨가고 있다.
"면세점 1순위 공식 깨졌다"
18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주요 쇼핑 장소는 로드숍(49.6%)이 가장 높았다. 특히 성수동은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236.8% 증가하며 서울 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K-뷰티 플래그십과 패션 편집숍, 체험형 매장이 밀집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기업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53% 늘었고, 올해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올리브영N 성수'의 경우 1월 외국인 매출이 74% 급증했다. 단순 구매를 넘어 K-뷰티 트렌드를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이소 역시 외국인 상권을 겨냥해 명동(12층), 홍대(7층) 등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명동·홍대 인근 매장의 지난해 해외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60% 증가했고, 올해 1월에는 약 80% 늘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명동, 홍대, 강남 등에서는 K-뷰티와 식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24살 아야 씨는 "작고 귀여운 물건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판매액은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글로벌 특화 매장인 성수점과 명동점은 각각 113%, 90% 늘었다. 올해 1월기준 무신사 스토어 성수 매출의 약 50%,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의 55%가 외국인 고객에서 발생했다. 무인 환전기, 캐리어 보관, 외국어 브로슈어, 매장 즉시 택스 리펀 등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가 체류 시간을 늘렸다는 평가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성수도 '핫플'로 떠올랐다. 1월 기준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방문객 비율이 60%일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12월에 오픈했지만 일평균 방문객 500명을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대만에서 온 23살 관광객 린위칭 씨는 "인터넷에서 보고 성수를 돌다가 찾아왔다"며 "대만에서 굉장히 유명해서 부스터프로를 사러 찾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37살 유카 씨는 "큐텐에서 처음 에이피알을 접하게 됐다"며 "레드마스크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은 '지갑'이 아니라 '시간'
이 같은 소비 이동은 구매 품목이 바뀐 데 그치지 않았다. 여행 동선과 체류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핵심은 외국인 관광객의 '시간 점유율'이 이동이다. 한정된 여행 일정 속에서 성수·명동 등 로컬 상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과거 K쇼핑을 대표하던 면세점 방문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면세점에서 고가 화장품과 명품을 대량 구매하는 대신, 중저가 K-뷰티·패션·생활용품을 나눠 사는 소비로 분산된 것이다.
일부 고가 브랜드는 원화 약세 영향으로 면세점보다 백화점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격 차익' 중심이던 면세 모델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평가다. 이런 구조 변화는 곧바로 면세업계 실적 압박으로 이어졌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는 최근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영업면적 축소와 점포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인천국제공항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정책으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면세점 매출(기내 판매 제외)은 12조5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이는 사드(THAAD) 여파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6년 이후 최저치다.
면세업계는 이번 춘절 연휴를 겨냥해 대규모 할인과 포인트 증정 등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는 신규 수요 창출이라기보다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한 방어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수 회복이 곧바로 면세점 매출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면세업은 구조적 전환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관광의 '질적 생산성' 경쟁"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면세점은 '가격 차익'이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외국인 소비가 '콘텐츠와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면세점도 단순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체험형 매장 강화나 K-브랜드 큐레이션 확대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 전문가 역시 "올리브영·무신사 사례는 글로벌 온라인 인지도가 오프라인 관광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며 "면세점 역시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를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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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접근도 요구된다. 관광객 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는 양적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방문객 1인당 체류 시간·지출액·재방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지표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놀자리서치센터는 "방문객 1인이 한국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얼마나 소비로 연결되는지를 의미하는 '관광의 질적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콘텐츠·상권·교통·결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관점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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