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골프는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18홀을 라운드하는 경기입니다.각자의 실력으로 스코어를 기록하며 플레이하지만 동반자가 있기에 웃음꽃이 피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배우게 되지요. 저는 캐디로서 팀을 맡아 분위기를 이끌며 보조하는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때때로는 고객님들 간에 서로 시시비비를 따지며 얼굴을 붉히는 일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로 이럴 때 저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합니다.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 말을 조금 돌려 "마음을 곱게 써야 행운이 오지요"라고 말씀은 드리지만 이미 고객님들께서는 이미 이성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스코어 1타, 또는 돈 만원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가게 생겼지 뭡니까. 동반자의 공은 두 눈에서 레이저를 쏘시며 꼭 확인을 하시고 공이 디봇에 빠지거나 깊은 러프에 들어가거나 나무 밑에 걸려 힘든 상황에 처해도 절대 '무벌타' 드롭은 없습니다. 언플레이볼은 어떻게 아셨는지 큰 소리로 외치시죠. "벌타 한 타 먹고 빼!" 하지만 본인은 조금이라도 공의 위치가 좋지 않으면 조용히 캐디를 찾으십니다. "언니, 이거 무벌타 드롭이지!" 그럴 땐 "아니오, 그냥 치셔야 돼요"라고 속으로만 말하고 직접 좋은 위치로 공을 빼드리고 말지요. 그래야 좋은 분위기로 라운드를 마칠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고객님들께서 돈을 많이 따거나 좋은 스코어를 만드시는 일은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18홀 라운드에 공이 꼭 좋은 자리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니 동반자의 공처럼 내 공도 같은 경우가 생기게 되고, 또 좋은 마음을 쓰지 않았으니 똑같이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역지사지는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동반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나도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만 마음을 열면 두 배로 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요.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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