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바 품귀까지…귀금속 시장 ‘과열’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지인 자녀의 돌 선물을 고르다 고민에 빠졌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값 탓에 돌 반지 대안으로 여겨지던 은수저 가격마저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친구 아이가 돌이라 금반지는 너무 비싸고, 은수저를 알아봤더니 마찬가지였다"며 "결국 친구가 고른 10만원대 육아용품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 금반지가 부담스러우면 은수저를 선물하던 풍경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귀금속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면서 현금이나 실용적인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순금 한 돈(3.75g) 시세는 약 75만원에 달한다. 반 돈이나 1g짜리 돌반지를 맞추더라도 세공비를 포함하면 20만~3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은 시세까지 트로이온스(약 31.1g)당 60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은수저 한 벌 가격도 20만 원 이상으로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은 투자 열풍까지 겹치며 품귀 현상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한국금거래소는 은 공급 부족을 이유로 지난 10월 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실버바 공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한 금은방 사장은 "유아용 은수저 세트는 은 순도 80%에 20돈짜리가 25만 5000원 선이고, 순도가 높으면 가격은 더 뛴다"며 "최근 가격이 계속 올랐는데 아마 오늘도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요즘 손님들에게 '내가 살 때가 제일 싸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가격이 쉬지 않고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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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진 것이 금·은 가격 오름세의 주요 원인"이라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장기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점이 귀금속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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