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10] 봄밤, 영화로 물드는 전주

“누구야? 멀어서 안 보여” “몰라~ 그냥 찍어~”“아, 나 배터리 부족해. 어떡해”새빨간 카펫과 샛노란 바리케이트 주위를 넘실거리는 이 소리는 카메라 성능이나 재주는 취재진의 그것만 못해도 대상을 향한 애정만은 훨씬 뜨거운 관객들의 목소리다. 조금은 서늘한 봄바람이 불어 온 28일 저녁,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앞에서 열린 레드 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열두 해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가 개막되었다. JIFF 관객들은 넉살도 좋다. 국내 스타들을 향한 열띤 비명이야 당연하지만 낯선 얼굴의 외국 게스트에게도 스스럼없이 “Welcome! Hansdome!”을 외치고 심지어 “츄~” 하고 손 키스를 날리기도 한다. 이런 마음이 게스트에게도 전해진 건지,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관객들의 모습을 담는 그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한가득이다.
올해 JIFF 개막식 진행을 맡은 이는 배우 김상경과 김규리다. 김규리는 지난 5회에 홍보대사를 맡은 인연을 밝히며 JIFF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드러냈다. 축하 공연은 <복수는 나의 것>, <타짜>, <전우치> 등의 영화 음악 작업을 통해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 어어부 프로젝트. 귀를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한 소절 한 소절 머물다 마음에 툭 떨어뜨리고 가는 백현진의 노래가 개막식장을 가득 채웠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씨민과 나데르, 별거>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관 구석에 서서 여러분의 눈을 응시하고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고 무슨 감정을 가졌는지 어떤 느낌을 담아가는 지 오늘 이 자리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라는 서신으로 전주의 관객들을 향한 뜨거운 아쉬움을 보내왔다.
영화제는 해마다 찾아온다. 꼭 전주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2011년,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전주는 당연하게도 단 한 번뿐이다. 밑줄 치며 기다렸던 영화, 무심코 제목에 눈길이 멈춘 영화, 그냥 시간이 맞아서 본 영화, 그 속에서 내 인생의 영화를 발견할지 모른다. 끌리면 오라. 축제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10 아시아 글. 전주=김희주 기자 fifteen@10 아시아 사진. 전주=이진혁 el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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