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어닝 앞두고 짙은 관망세..美ㆍ유럽 혼조 마감
세계증시가 내주부터 본격화할 어닝시즌을 앞두고 잔뜩 웅크리고 있다. 연초 들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동반 급등세를 탔던 주요국 증시가 유럽→미국→아시아 순으로 조정을 보였지만 이날 새벽 끝난 유럽과 미국 증시는 짙은 관망세에 빠졌다.
영국은 기준금리를 종전 2.0%에서 1.5%로 사상최저수준으로 금리를 내렸음에도 증시가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미국은 장초반 월마트 악재에 이틀 연속 휘청됐지만 지난주 신규실업 청구건수의 깜짝 감소 소식 등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9일 우리나라 증시 역시 이 같은 대외적 요인으로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역시 이날 오전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여부. 일단 시장은 벌써 최소 0.5%(50bp) 이상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는 정부가 0.75% 또는 1%까지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끌어내릴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금리 인하는 증시에 긍정적으로, 반대로 한은 결정이 기대치에 못미칠 경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전날 순매도 전환으로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외국인이 재차 대규모 순매수세로 나설 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 시장은 전세계 시장 가운데 부분에 불과하고, 최근 랠리로 국내기업의 주가가 결코 싸지 않은 수준에 근접했다는 판단에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한은이 50bp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이하에서 결정된다면 오히려 실망매물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정석 NH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002년 이후 국내 기업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수준은 9.1배 수준이었으나 최근 멀티플이 10.2배로 크게 올랐다"며 "4분기 이익 예상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주가가 추가로 오르기엔 가격적으로 부담스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임 팀장은 "글로벌 증시는 현재 이날 저녁 미국에서 발표될 실업률과 내주부터 본격화할 어닝에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의 실업률이 시장 예상대로 7.3%까지 치솟는다면 그동안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의지해 급등했던 글로벌 주가가 재차 심화된 경기 침체 우려감에 더 영향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감을 걸기보다는 최근 유동성으로 급등한 종목들에 대해 차익실현에 주력하고 건설과 소재 등 정책수혜주 중심으로 압축시키는 등 경계심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날 새벽 끝난 뉴욕 증시는 월마트 악재에도 선방했다. 연말 소비 부진 소식에 장 초반 일제히 약세를 보였지만 장 후반으로 가면서 낙폭을 줄이는 전형적인 '전약후강' 흐름을 기록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7.24포인트(-0.31%) 하락한 8742.46으로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는 3.08포인트(0.34%) 오른 909.73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1617.01로 마감돼 17.95포인트(1.12%)를 더했다.
소매업체들의 우울한 실적 전망이 그간 기대감에 들뜬 증시의 중심부로 한발짝씩 다가서는 모습이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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