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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선진국2030]⑤해외에선 '주거부터 가족'까지 촘촘 지원…국내는 중복되면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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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주거시설부터 부모교육 제공…저소득층엔 무료
국내선 기초수급자 22만원 지원…실질비용 충당 턱없이 부족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현주 기자]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2015년 11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개인과 가족에게만 전가됐던 돌봄부담이 점차 공적 체계로 전환됐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책이 보다 체계화된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발달장애인 지원이 일반장애인과 중복되면 이를 축소하는 등 곳곳에 정책 사각지대가 있지만, 해외에선 발달장애인의 주거부터 함께 사는 가족들의 심리상담까지도 지원해주는 등 보다 촘촘하게 짜여 있다.


[복지선진국2030]⑤해외에선 '주거부터 가족'까지 촘촘 지원…국내는 중복되면 '축소'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복지관에서 낮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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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위해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지만…소득 따라 차등지원·겹치면 중복혜택, '돌봄부담 완화'에 역행

30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발달장애인 지원정책과 개선방향'에 따르면 만18세 미만 등록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대표 지원정책인 발달재활서비스는 소득에 따라 차등 제공된다. 그마저도 가장 혜택이 많다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월 22만원을 받고, 차상위계층은 20만원,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는 매달 18만원을 받는다. 중위소득 180% 이하는 월 14만원에 그친다. 발달재활서비스는 언어, 미술, 음악, 감각발달, 운동발달 등을 제공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런 지원액은 실질비용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퇴사한 비율은 20.5%에 달했다. 각종 검사비·치료비 부담을 가뜩이나 개인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달재활서비스 지원 대상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발달장애아 부모는 "한 달 검사비·치료비에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소득 기준에 따른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원비도 못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복지선진국2030]⑤해외에선 '주거부터 가족'까지 촘촘 지원…국내는 중복되면 '축소'

각종 지원 서비스가 당사자의 '신청'에만 의지해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모든 서비스가 신청주의에 입각해 있다. 개개인이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주민센터에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데, 일단 서비스 총량 자체가 부족한데다 아는 만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사자나 보호자가 정보를 꿰고 있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중 하나인 주간활동서비스의 경우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중복 사용이 어렵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2019년 3월부터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본형(월125시간), 단축형(85시간), 확장형(165시간) 중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형과 확장형을 선택할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각각 22시간, 56시간 차감된다. 이는 '주간활동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법적 근거와 목적과 위배된다. 이들 서비스는 근거와 목적이 다른 만큼, 동시에 이용해도 중복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원시간을 차감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가족들의 돌봄부담 경감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두 제도를 동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족 돌봄 부담을 더욱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발달장애서비스 비용은 국가가 지원…가족도 '쉼'이 필요, 돌봄부담 경감에 초점

국내보다 발달장애인의 복지서비스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온 해외 선진국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재활서비스는 물론 주거, 취업 등도 지원하고 가족들의 돌봄 부담 경감에도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선진국2030]⑤해외에선 '주거부터 가족'까지 촘촘 지원…국내는 중복되면 '축소'

미국 50개 주 중에서 발달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선 보건복지부 산하에 발달장애인 서비스를 전담하는 발달서비스부를 설치, 21개 발달장애인 지역센터를 통해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에선 주간보호·직업서비스 뿐만 아니라 주택마련·자립생활지원 등의 주거시설제공, 부모교육·가정방문·언어치료 등을 골자로 한 조기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비용은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기 전까진 부모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하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에겐 무료로 제공되고, 성인이 된 후엔 국가가 서비스 비용을 지원한다.


뉴햄프셔주에서 지정한 '무어센터'는 지역 내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계획·관리하고 있다. IHS(In Home Support) 웨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는 아동은 개인간병, 사회적응 등 일상생활의 기술훈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4~21세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전환서비스', 취업알선을 통한 기회를 보장하는 '고용서비스',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을 지원하는 '가족지원서비스'도 갖췄다.


캐나다의 앨버타주는 FMS(Family Managed Service)를 통해 18세 이상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고, 서비스 제공자도 직접 고용하도록 돕는다. 휴식과 가족생활, 고용, 지역사회 참여지원 등이 있는데 이를 통해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자신과 잘 맞는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지원을 받아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사례 조사를 진행한 박진우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캘리포니아는 이웃 주민들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봐주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다"며 "우리는 가족 외 이웃이 돌봐준다고 해도 그에 대한 수고비를 지급하는 등의 제도는 없는데, 돌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기초지자체에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만들어져서 발달장애인 가족들끼리만 정보 주고 받는 것을 기관으로 이전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 제도가 있기는하지만, 더욱 확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예산이 문제"라며 "시행령 법률이나 법령에 이러한 지원 내용을 넣더라도, 예산 지원이 안 되면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민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정책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의 핵심은 '돌봄시간 확대'와 '보호자 사후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립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발달장애인이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거주시설이나 서비스가 결합된 지역사회 체계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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