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0만3879명에서 2021년 25만5207명으로 증가
장애 인식, 과거 '신체'에서 '정신' 범주로 확대 영향…10세 미만서 조기 발견 늘어
올 8월까지 0~9세 발달장애인 2만명…증가세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아
국회 발달장애인대책특위 구성 제자리걸음
지난 9년 간 전체 장애인 6% 증가할 때 발달장애인 25% 급증
29일 보건복지부의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추가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9년간 국내 등록된 전체 장애인은 2014년 249만4460명에서 2021년 264만4700명으로 6.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은 20만3879명에서 25만5207명으로 25.18%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장애인에서 발달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17%에서 9.65%로 확대됐다.
전체 장애인 수가 연 평균 0.8%씩 늘어날 때 발달장애인 증가율은 연간 3.3%로 높다. 올 8월까지 4900여명이 더 늘어나서 현재 국내 등록된 발달장애인 수는 총 26만126명이다.
발달장애인 증가 속도가 빠른 건 '신체 기능제약'에 국한됐던 장애에 대한 인식이 '지적기능 지연'으로 확대된 영향이 크다. 지금까진 신체 장애에만 초점이 맞춰져, 발달장애인에 대해선 단순 '일반인보다 더딘 사람'쯤으로 취급됐다. '질병'이나 '장애'를 앓고 있다고 여기지 않아 일반인들 속에서 항상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로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최근엔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뒤처진 '발달장애'의 개념이 정립됐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보호자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발달장애 진단 기준이 2013년에 바뀌면서 더욱 넓어진 부분도 있다"며 "그 외 출산 연령의 증가, 여러 환경 물질의 노출 등이 발달장애 증가 이유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영유아건강검진에서 '발달 평가'를 통해 조기진단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영유아기 때에 발달장애를 발견하는 경우 역시 크게 늘었다.
0~9세 발달장애인 수, 2만43명…작년 말 대비 5.30% 늘어 증가세 가장 가팔라
연령대별로는 0~9세 증가속도가 두드러졌다. 올 8월 기준, 0~9세 발달장애인 수는 2만43명으로 작년 말 대비 5.30% 늘어나 0세에서 70대까지 나눈 연령대 중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10~19세는 4만5464명으로 2.38% 증가했다. 20~29세는 6만2120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컸지만, 증가세는 0.11%로 가장 낮았다.
보다 세부적으로 0~5세 영유아와 6~17세 아동·청소년으로 나눠보면, 이들이 전체 발달장애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9%에 달했다. 대부분 영유아, 아동·청소년기에 발달장애를 인지·발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이들 연령대의 발달장애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23년부터 영유아 검진에 자폐 스펙트럼 진단항목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장애는 언어·사회적 소통 발달이 늦거나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이는 발달장애 중 하나로 구분된다. 주로 만 3세 이전에 발견되며 조기 발견해 치료할수록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발달장애를 처음 발견하는 시기는 평균 7.3세로, 지적장애는 7.9세·자폐성 장애는 3.1세에 발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발달장애 관련 입법 긴요…특위 구성조차 못해
이에 따라 발달장애아에 대한 조기발견 및 치료 대책이 긴요해졌다. 현재 '지체장애'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활원·장애복지서비스 등을 발달지연 등 '지적정애'로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지원책 등이 요구된다. '보육'이 필요한 시기엔 장애통합어린이집을 확충하고 '교육'이 필요한 초·중·고 학령기, 청소년기에는 그에 맞는 통합교육을 확대하는 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도 장애 조기발견·발달재활서비스 지원 등이 담겨 있다.
관련 입법도 나오고 있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발달장애가 의심되는 영유아의 정밀진단 비용 지원을 현행 임의규정에서 필요규정으로 바꾸고 발달장애로 발전 가능성 있는 영유아에겐 예방·치료 정보 제공, 가족상담 지원 등을 하도록 했다. 발달장애 정밀진단 비용 지원에 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은 "발달장애인 종합지원대책 수립, 기존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조정과 개편과 관련해 의원 모임에 참석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발달장애학생의 행동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한 의원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법 '임의조항' 개선해야…"발달장애, 여야의 문제 아니야"
국회에서는 지난 5월, 6세 발달장애 자녀와 40대 여성이 자택에서 투신하는 등의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가 이어지자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178인)과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176인) 등이 발의되기도 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13인(민주당 7인, 국민의힘 5인, 비교섭단체1인)으로 구성된 국회 차원의 특위를 만들어 기존 지원 체계 조정 및 개편,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보장을 위한 재원 확보 마련 등을 여러 부처와 함께 점검, 논의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역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특위결의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생애주기별 지원대책, 특수교육법 개정 통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 속도가 더딘데다 법안 내용도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발달장애인법과 관련해 임의조항인 게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로 작동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면서 "총체적인 발달장애인법 개정안을 논의할 수 있는 특위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쟁화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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