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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美 의료데이터 100조원 가치…韓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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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공동 기획
(2)'미래의 석유' 선점한 미·중·일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美 의료데이터 100조원 가치…韓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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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흥순 기자] "유방암입니다." 미국 IBM의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인 왓슨은 수백만 건의 진단서, 환자 기록 등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단한 후 가장 가능성이 높은 병명과 치료법을 의사에게 제시한다. 자칫 잘못된 진단이 내려지지 않도록 '객관적 조언자' 역할을 하는 왓슨이 주로 활용되는 분야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분석. 특정 암 진단을 위해 그간 1명의 의사가 160시간 이상 걸렸던 결과가 불과 몇 분 만에 도출된다.


일찌감치 '미래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에서는 의료, 금융, 통신 등 각 분야에서 이용자 데이터들을 적극적으로 공유ㆍ가공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환자들의 처방전, 약물 선호도, 부작용 사례를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해 비용과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고, ICT 업계는 이를 ICT 기기에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한다. 손해보험사들은 전통적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 자사 데이터와 자동차업계가 확보한 운전 패턴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기도 한다.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美 의료데이터 100조원 가치…韓은 걸음마

◆美 의료부문 빅데이터 100조원 가치= 이처럼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가능했던 일들이 국내에서는 오는 8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시행을 계기로 물꼬를 튼다. 데이터분석 전문가인 김서연 삼성SDS 프로는 25일 이 같은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데이터 활용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활용이 용이한 환경을 기반으로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 데이터 거래ㆍ가공ㆍ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은 의료부문에서도 빅데이터 활용 시 매년 100조원 이상의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관련 데이터를 공유해왔다. 금융기관, 통신사 등이 확보한 개인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원스톱 자산관리가 가능하게 한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민트닷컴은 사용자 수만 5000만명에 달한다.


8년 전 미국의 대형마트 타깃이 부모보다 먼저 여고생 딸의 임신 사실을 알아채고 신생아 용품 할인쿠폰을 발송한 사례는 이용자 데이터가 기업 경영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타깃은 이 여고생의 최근 구매목록을 기반으로 홍보용 할인쿠폰을 발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로선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 또는 잠재고객이 미래에 무엇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피고 철저히 개인화된 마케팅ㆍ신사업을 펼쳐야만 살아남는 시대에 이미 돌입한 셈이다.


◆거래시장 띄우는 美ㆍ中ㆍ日=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데이터 거래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제3자에 판매하는 민간 기업 중심의 '데이터 브로커'시장을 갖췄다. 1969년 설립 후 유럽, 아시아, 남미지역까지 진출한 세계 최대 데이터 브로커 기업 '액시엄'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전 세계 60개국, 소비자 25억명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연간 거래 내역을 분석해 금융, 소매, 자동차 등 업계에서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매출 9억달러(약 1조원)를 넘겼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 브로커시장은 약 1832억달러(약 220조원ㆍ2018년 기준)로 세계 최대 규모다. 35개국의 주식시세 정보나 인구산업 통계정보를 시각화해 판매하는 '클릭', 부동산 거래 데이터를 가공ㆍ분석해 판매하는 '코어로직' 등도 주요 데이터 브로커 기업이다.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美 의료데이터 100조원 가치…韓은 걸음마


중국은 국가 주도로 데이터 거래시장을 육성해 왔다. 2015년 4월 구이저우성 구이양에 세계 최초로 빅데이터 거래소를 설립했는데 국유자본만 5000만위안(약 85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3억위안(약 512억원) 규모의 데이터 거래가 이뤄졌다. 일본은 민간 벤처기업 주도로 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2014년 설립한 '에브리센스'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 기업이 참여한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데이터 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스스로 결정한다.


이재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유통기반실장은 "국내도 빅데이터 플랫폼을 많이 만들려는 시작 단계로 보면 된다"며 "데이터는 수요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산품처럼 찍어낸다고 팔리는 게 아니다. 거래되기까지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랴부랴 나선 韓…'안전한 활용' 방점=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최근 '데이터 댐'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문재인 정부 역시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발표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활용' 사례에는 왓슨처럼 유방암 등의 질환들을 AI로 진단할 수 있도록 의료영상 데이터를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사전에 범죄를 예측하고 막아내는 일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CCTV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죄자들의 사전 패턴을 알 수 있는 AI학습용 데이터를 구축, 특정 인물이 이에 해당하는 행동을 할 경우 알림 신호를 주고 바로 경비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데이터 결합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 타깃형 광고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간 국내에서 책을 판매하는 기업이 DVD를 추가로 판매할 경우 고객들의 정보제공 동의를 일일이 받은 후에야 맞춤형 할인혜택 목록 등을 발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3법 시행 이후에는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동의 없이 보낼 수 있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이에 대해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은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안전한 '활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프로 역시 "사생활 유출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가공한 비식별 개인정보 등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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