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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양가 상한제를 바라보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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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양가 상한제를 바라보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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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집값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개 집값이 연소득의 5배 정도면 적정, 이를 넘어서면 과부담으로 본다. 최근 2~3년간 전국의 집값 수준은 5배 정도이지만 수도권은 7~8배, 서울은 10~11배이다. 서울은 이미 열심히 일해서만 집값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시장이다.


글로벌 집값 동향을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딜로이트는 2016년 유럽 46개 대도시에 대해 20만유로(약 2억7000만원)로 어느 정도의 집에 거주할 수 있는지를 비교했다. 이 가격대에 서울은 28㎡의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을 뿐이다. 런던 도심(11㎡) 및 외곽(23㎡), 파리(19㎡)에 이어 세 번째로 비좁게 살아야 하는 곳이 서울이다. 신규 주택의 1㎡당 분양가도 올해 유럽 46개 대도시 평균이 3800유로(약 510만원)인 데 비해 서울은 810만원(지난 6월 기준)이다. 유럽 대도시와 비교하면 일곱 번째로 비싸다.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와 집값 급등지역에서 신규 분양가가 인근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 집값 상승을 촉발하는 우려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아파트 분양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고 시장 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이 서울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적용 시점도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겼다. 이런 조치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분양가를 규제하면 주택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이 재급등할 것이며, 품질 저하나 '로또 분양'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분양가상한제는 공급 규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장경제 논리상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을 위축시키며, 공급 감소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2007~2014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던 시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년여간은 공급이 위축됐지만 2010년 이후는 다시 늘었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으로 공급된 물량도 줄지 않았고 오히려 2013년과 2014년에는 상한제 시행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 시기 연평균 0.47%에 머물렀다. 주택의 품질도 저하되지 않았으며 지금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주택 공급 시 소비자들의 품질 문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가산비로 품질 상향 비용도 인정되고 있다. 또한 우려되는 로또 분양이나 단기간 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 문제도 전매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늘리는 보완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든 주택 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복지 증진 및 시장 안정으로 대동소이하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집값 안정 없이는 주거 안정과 복지도 요원하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에 목적이 있지만 분양 시점의 분양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므로 기대만큼 전체 집값을 떨어뜨리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넛지효과(유연한 시장 개입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유도하는 것)'는 분명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청약에 대거 뛰어드는 무분별한 수요를 차단하며 적어도 '재건축=불패'라는 등식은 허물 수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보이는 손'이 내린 담대한 결단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주택시장을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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