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4년 연속 증가…19년比 60%↑
여행업 줄고 체험·이용형 업종 주도
전통 여행업 감소…관광 산업에서 콘텐츠로 재편
국내 관광산업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문을 닫는 업체보다 새로 문을 여는 관광사업체가 크게 늘며, 지난해 관광사업체 개업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4일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관광사업체 개업 수는 7019개로 집계됐다. 통계가 비교 가능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 이전이던 2019년(4384개)과 비교하면 약 60% 증가했다.
핵심은 "관광 수요가 돌아왔다"는 설명이 아니다. 누가, 어떤 업종으로 들어오느냐가 달라졌다. 전통적인 여행업보다 체험·이용형 업종이 개업 증가를 주도하면서, 관광이 산업이 아니라 콘텐츠형 소규모 비즈니스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 바닥 찍고 4년 연속 증가… '여행업' 줄고 '관광객 이용시설업' 늘었다
관광사업체 개업 수는 팬데믹 충격이 본격화된 2020년 2581개, 2021년 2675개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2022년 3829개 → 2023년 4687개 → 2024년 5767개 → 2025년 7019개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 개업 흐름은 정반대였다. 2017년 4948개에서 2018년 4665개, 2019년 4384개로 감소세를 보였다. 팬데믹 이후 흐름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관광 창업의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2017~2025년 국내 관광사업체 개업 수 추이. 2019년 4384개에서 2025년 7019개로 늘어 코로나 이후 개업 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자료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업종별로 보면 변화는 더 분명하다. 2025년 개업 7019개 가운데 관광객 이용시설업이 3781개로 절반(53.9%)을 넘었다. 2019년(982개) 대비 285% 증가했다. 반면 여행업 개업은 같은 기간 2267개에서 1931개로 14.8% 줄었다. 단체 관광·전통 여행상품 중심의 '관광업'이 아니라, 체험·이용형 업종이 시장의 무게중심을 가져갔다는 뜻이다.
외국인 관광객 회복은 분명 중요한 배경이다. 다만 업계는 이를 창업 증가의 직접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외국인 소비가 늘면서 체험·숙박 같은 소규모 상품이 '팔리는 시장'이 먼저 만들어졌고, 그 위에 창업이 얹혔다는 해석이 많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단체보다 개별 이동과 체험 소비 비중이 높아 소규모 숙박·체험·투어 창업을 자극한다"며 "외국인 관광은 창업 증가의 원인이라기보다 증폭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방한객 수가 단순 회복을 넘어 최고치 갱신 국면에 들어설 경우, 공급 역시 예전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종별 개업 분포 변화 비교(2019년 vs 2025년). 2025년 개업 관광사업체의 53.9%는 관광객 이용시설업으로, 2019년 대비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창업의 무게중심이 ‘여행업’에서 ‘체험·이용형’으로 이동한 것이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창업 증가의 핵심은 관광을 '산업'이 아니라 '콘텐츠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시선이 커졌다는 데 있다. 대규모 자본보다 기획·운영 역량이 성패를 가르는 업종이 늘면서, 개인도 진입 가능한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서울에서 체험형 투어 창업을 준비 중인 정지혜(29) 씨는 "예전에는 여행사가 아니면 어렵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콘텐츠만 있으면 개인도 창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광사업체 폐업 수는 팬데믹 정점이던 2022년(3027개) 이후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가 더 주목하는 것은 폐업 감소보다 개업 증가다. 업계에서는 관광은 팬데믹 기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인데도 신규 진입이 사상 최대라는 점을 중요하게 분석한다. 즉, 개업 증가 추세를 관광이 다시 '선택되는 업종'이 됐다기보다, 공급 구조가 재배치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고 있다.
대형 호텔 대신 '작은 콘텐츠'…'사람이 오니까'가 아니라 '개인이 해볼 수 있어서'
과거 관광 창업은 자본집약 산업이었다. 호텔, 단체 관광, 전세버스, 대형 여행사 중심 구조에서 개인 창업이 끼어들 여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형 숙소, 로컬 투어, 체험 프로그램, 테마형 클래스 등 초기 투자금 수천만~1억원 안팎으로 시작할 수 있는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예약과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고정비 부담은 줄었고, 소규모 운영과 시즌 조절도 가능해졌다. 관광업이 '한 번 크게 벌여야 하는 사업'에서 '작게 시작해 키우는 사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한옥 숙박과 공연 콘텐츠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 기업 리한컬쳐는 관광을 '숙박업'이 아니라 콘텐츠 운영 비즈니스로 설계한 사례다. 최유리 리한컬쳐 대표는 "과거처럼 수백억 원을 들여 호텔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임차와 운영 전략, 콘텐츠 결합으로도 충분히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며 "관광은 목적이 아니라 콘텐츠를 확장하는 채널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자본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 구조와 플랫폼 활용, 그리고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라고 덧붙였다.
리한컬쳐는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을 활용한 무인·장박 중심 운영과 공연 콘텐츠 결합을 통해 전통적인 숙박업과는 다른 운영·수익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관광업이 더 이상 대규모 자본 중심 산업이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운영 역량에 따라 진입 가능한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허준 동덕여대 문화융합지식대학 교수는 "최근 관광 창업 증가는 경기 회복이나 관광객 증가에 따른 반사 효과라기보다, 관광 산업의 공급 구조와 진입 방식이 재설계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과거에는 숙박·교통처럼 초기 자본과 인허가 부담이 큰 영역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체험·콘텐츠·기획 단위로 쪼개진 형태의 창업이 가능해지면서 개인과 소규모 사업자의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며 "관광이 하나의 산업군이라기보다 콘텐츠 기반 비즈니스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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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진입이 쉬워진 만큼 특정 지역·업종으로의 과잉 진입, 콘텐츠 중복, 품질 관리 문제는 동시에 점검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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