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트 체크' 보도 이후 엔화 강세
美 매파 의장 지목에 엔저 압력↑ 가능성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엔저의 장점을 부각하며 낙관론을 펼쳤지만 금융 시장은 일본의 금리 인상과 엔고 시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대형 자산운용사 등은 최근 미·일 당국의 외환시장 공조 움직임과 미국의 긴축 압박 등을 근거로 기존보다 빠른 금리 인상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무라마츠 시게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의 4월 금리 인상 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 이하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 행정부 하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엔화 약세를 부추겼지만, 실제 상황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달러당 159엔이었던 엔화는 27일 152엔까지 올랐다. 3개월 만에 최고치다. 30일에는 154엔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의 '레이트 체크(Rate Check)' 보도가 나온 이후 갑작스럽게 엔화 가치가 올랐다. 레이트 체크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절차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필요시 외환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환율 개입에 부정적이었음에도 엔화 약세를 막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장이 움직인 것이다.
무라마츠 CIO는 "그 움직임에 상당히 놀랐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동참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가두연설에서 "엔저니까 나쁘다고 말하지만 수출산업에는 큰 기회"라며 "외국환자금특별회계 운용도 싱글벙글하는 상태"라고 했다. 외국환자금특별회계는 일본 재무성이 환율 급변동 때 시장 개입을 위한 자금을 관리하는 회계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민주당 정권 시절 엔고였다고 지적하며 "엔고가 좋은 것인지, 엔저가 좋은 것인지는 모른다. 엔고라면 수출해도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비판이 일자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환율 변동에도 강한 경제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엔저의 장점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일본에선 그의 적극 재정 정책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을 허용하라고 촉구해 왔다. 현재 단기 금융 시장은 4월까지 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약 69%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말 약 40%였던 기대치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무라마츠 CIO는 이런 명백한 공조 체제가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센트 장관이 그 정도로 직접 나섰다면, 일본이 그에게 줄 답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라마츠 CIO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보다 강해질 경우 일본 증시가 압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일본 주식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시 체제의 연준은 시장 안정과 물가 억제를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매파 성향의 의장 지명은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안도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고,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도는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달러 매도와 장기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같은 인식이 일본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미일 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며 엔저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시 지명 이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4엔대 후반까지 약세를 보였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기물 금리는 오르고 단기물 금리는 하락하는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난 점도 일본 금리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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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일본은행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멈추거나 다시 긴축 쪽으로 기울 경우, 일본만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 엔저가 더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추가로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때문에 BOJ가 금리 인상 속도를 기존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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