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성장 뒤로 하고 2%내외 성장률 반등 모색
민간소비 개선·내수 회복·AI 산업 호조·기저효과 영향
고환율 우려 여전…올해도 연평균 1400원 선 전망
뛰는 집값, "근본적 공급 제약 해소 조치 필요"
올해 한국 경제는 2% 내외의 성장률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환율과 여전히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등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초고령화 상황 속에서 양극화의 폐해를 줄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2026년 韓 경제 성장률, 2% 전후 반등 모색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0.2% 역성장했으나, 2분기 0.7%로 올라섰고 3분기에는 1.3%를 기록하며 0%대를 벗어났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1%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반등이 예상되나 그 강도는 과거에 비해 미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올해 각 기관이 예상하는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 내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1.9%,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7% 수준을 전망했다.
성장률 반등 요인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따른 민간소비 개선을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 인공지능(AI) 관련 산업 호조 지속, 지난해 성장 둔화의 기저효과 등이 꼽힌다. 금융연구원은 "민간소비가 저금리와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되는 가운데, 정부 소비 또한 재정 확대 효과로 장기 평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영연구원은 "새롭게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 등에 따라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지난해 부진했던 건설투자 역시 기저효과와 수주 회복 등으로 5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년 정부 총지출은 전년도 본예산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됐으며, AI·첨단 산업 등 성장 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예고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정 건전성 강화 계획과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확장 재정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수출은 올해 역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겠지만, 업종별로는 상반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등 AI 관련 수출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석유화학·철강·가전 등 전통 주력 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 및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회복이 더딜 것이란 예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경기 둔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AI 산업과 관련해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기업 투자와 이익 실현 간의 불일치와 과도한 부채에 대한 경계감이 여타 불안 요인과 연계될 경우 전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에 치우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반적인 개선이 예상되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경기 둔화로 1%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의 회복 속도는 과거에 비해 미진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 과거 1%대 이하의 부진한 성장 직후 민간소비 회복과 설비투자 반등으로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했던 상황과 비교할 때 반등세가 상대적으로 미약할 것"이라고 짚었다.
고환율 우려 여전…지난해 연평균 1421.97원 '역대 최고', 올해는
고환율 우려는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1480원을 돌파하며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이 원화 가치의 과도한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주간 종가 기준 1439.0원에 한 해 거래를 마감했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한창이었던 2024년 말(1472.50원) 대비 33.5원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평균 환율은 1421.97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의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 등에 따라 과도한 원화 가치 하락은 제한되겠지만, 대체로 1400원을 전후로 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 신설은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를 국내로 유도하고, 개인 투자자용 선물환 도입 및 환 헤지 시 양도소득세 공제 신설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환 헤지를 유도해 직접적인 달러 유출 압박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다만 기간과 규모가 제한적이고, 구조적으로는 한미 기대수익률 차이와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달러 자산 선호가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미국 주식 매도와 국내 증시 복귀 흐름이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100%로 상향한 점은 사내에 유보된 잠재 달러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미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 지속과 대미 투자 집행 불확실성 등으로 상반기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채권 자금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 영향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해 연평균 140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환율 상승으로 실물 경제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세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물가안정목표(2.0%)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로, AMRO는 1.9%로, 금융연구원은 1.8%로 전망했다. 한은 전망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1%)과 같은 수준인 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 하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환율과 내수 부진 완화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글로벌 교역 둔화와 유가 하락 가능성, 미국 금리 인하 기조 진입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 등에 주목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 "올해 공급 제약 해소 조치 보완돼야"
부동산 시장 불안 역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변수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응해 6·27 수요 억제 대책, 9·7 공급 대책에 이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는 고강도 10·15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AMRO는 올해 한국 정부의 주택 정책이 근본적인 공급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조치로는 수요가 높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등을 예로 들었다. 초고령화 국면에서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 양극화 역시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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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외 변수로는 전 세계 공급망 변화가 거론된다. IMF 등은 미국에서 비롯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대립에 따른 국가 간 장벽이 공급망 분리로 이어져 비효율성이 고착될 경우 관련 비용이 연간 1조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경제 성장률도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ECD 역시 "전 세계 공급망 변화는 수출에 더 큰 부담을 주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AMRO는 "한국 경제는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과의 통합도가 높다. 주요국과의 탄탄한 무역·투자 연계는 한국에 강점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이는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취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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