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1월 수입 전기 승용차 원산지 분석
10대 중 8대는 중국 생산
테슬라 중국산 모델 Y 가격 경쟁력 갖춰 인기
BYD 등 중국계 브랜드 韓시장 안착 영향
올해 국내에 수입된 전기차 10대 가운데 8대가 중국산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승용차 수입국 가운데 중국은 3년 연속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테슬라·볼보·폴스타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중국 생산 차량 유입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계 완성차 브랜드의 직접 진출까지 더해지며 수입차 원산지에서 중국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31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까지 통관 기준으로 국내에 수입된 전기차 9만649대 중 중국 생산 차량이 7만3497대로 집계됐다. 중국산 전기차의 비중은 무려 81%에 달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량을 모두 포함한 전체 수입차 기준으로도 중국산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차량 30만2283대 가운데 중국산은 9만2453대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과거 독일·미국·일본 중심이었던 수입차 원산지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테슬라의 공급망 변화가 있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 Y'와 '모델 3'를 국내로 들여오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영향이다. 올해 11월까지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5만5594대다. 이 중 99%가 중국산 테슬라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약 20%로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은 3위다.
이처럼 테슬라가 인기를 끈 이유는 중국산 물량 도입 이후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중국산 모델 Y와 모델 3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적용되면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 Y의 실구매 가격이 4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와도 300만~400만원 내외의 차이다.
실제로 2022년 미국산 모델 Y는 롱레인지 기준 9000만원대에 달한 적도 있다. 그러나 2023년 7월부터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후륜구동 모델 Y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출고 가격이 5000만원대로 낮아졌다. 소비자의 가격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볼보와 폴스타 차량이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폴스타는 신차 '폴스타4'를 앞세워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2538대를 기록, 전년 대비 55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폴스타 관계자는 "전시 차량까지 모두 판매할 정도로 주문이 몰려드는 상황"이라며 "2026년 1월까지 약 1000대의 예약 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월부터 순차 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브랜드 역시 국내 시장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국내 승용 시장에 진출한 BYD는 11월까지 4955대를 판매하며 전기차 기준으로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올랐다. 초기에는 중국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따른 우려가 있었으나, 판매 실적은 기대치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중국산 자동차의 국내 전기차 공세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BYD의 성공적인 안착을 계기로 내년에는 지커, 샤오펑, 립모터 등 중국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중국 지리홀딩스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공세가 주목된다. 최근 딜러사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 역시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진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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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큰 자동차 특성상 소비자들이 차량의 원산지를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강했다. 독일산 자동차가 오랜 기간 높은 평가를 받아온 배경에도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생산 국가보다 브랜드 경쟁력과 상품성에 더 무게를 두고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차량의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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