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차 평균 가격 5만달러 돌파
금전 부담 증가에 초장기 대출 등장
미국에서 최대 100개월에 이르는 초장기 자동차 할부 상품이 등장했다. 차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의 48~60개월 할부로는 월 납입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신차 가격은 2020년 이후 33% 급등했다. 가을 기준 신차 평균 가격은 5만달러(약 7225만원)를 넘어서며, 팬데믹 이전보다 1만2000달러(약 1730만원) 이상 비싸졌다.
월 760달러가 ‘평균’…사라진 300달러 시대
가격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기존 48~60개월 대신 72개월 이상 장기 대출을 선택하고 있다. 소비자 신용정보업체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차량 구매자의 3분의 1은 6년 이상 대출을 이용했으며, 대형 픽업트럭을 중심으로는 100개월짜리 할부까지 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는 11월 기준 신차의 월평균 할부금이 760달러(약 11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글렌 밀스에서 지프 대리점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켈러허는 최근 많은 미국 가정이 신차 할부금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이제 신차 할부금으로 매달 300달러(약 43만원)씩 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저가 신차 실종…선택지 없는 소비자들
문제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안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3만달러(약 4335만원) 이하 신차 모델은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소닉오토모티브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히스 버드는 “저가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가격 문제는 업계 전체의 구조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미국의 자동차 대출 잔액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보유한 자동차 대출 규모는 1조6600억달러(약 2399조원)로, 5년 전보다 3000억달러(약 433조원) 이상 늘었다. 높은 생활물가와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연체도 늘고 있다.
규제 완화 시동…단기 반전은 어려울 듯
차량 가격 상승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자 미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 규제 당국에 현행 정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형·저가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하려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위해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저렴한 초소형 차량의 시장 진입을 유도해 가격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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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에서는 차량 가격 상승 흐름이 단기간에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술 고도화와 친환경 규제, 대형 차량 선호가 맞물린 만큼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더 오래 빚을 지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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