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자정 봉황기 게양…업무표장·명칭 모두 '청와대'로 교체
본관 접견실에서 첫 '티타임'…국가위기관리센터도 점검
'구중궁궐' 우려 해소 위해 '여민1관'에 주 집무실 마련
소통 효율 위해 3실장도 '여민1관'서 근무
투명한 국정운영의 기조 지속 방침
대통령 관저 이전은 몇 개월 더 걸릴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을 떠나 29일 자정부터 봉황기가 게양된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한다. 봉황기는 한국 국가수반의 상징으로, 대통령의 주 집무실이 있는 곳에 상시 게양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와 단절하고, 1330일 만에 국정 컨트롤 타워로서의 상징과 기능이 모두 청와대로 돌아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남동 관저를 떠나 '다시 청와대, 광장의 빛으로'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양옆에 내걸린 도로를 지나 청와대로 출근한다. 이 대통령을 맞을 준비를 마친 청와대는 이미 '집권 2년 차부터 청와대 시대가 본격화한다'는 기조에 따라 명칭과 업무표장(로고)을 모두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바꿨다. 새해 연하장도 청와대로 바꿔 각계 주요 인사와 국가유공자 등에게 발송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내년은 '도약과 도전'의 해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리부팅(재가동)하는 게 저희의 일이었다. 이제 부팅이 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청와대로 돌아오는 것이 회복과 정상화의 상징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로 출근한 이 대통령은 우선 상징적인 집무공간인 청와대 본관 2층 집무실에 들른 이후 접견실로 이동해 참모들과 '모닝 티타임'을 갖는다. 본관 집무실은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을 신축하면서 마련한 공간으로 대통령의 위상과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참모들이 주로 근무하는 여민관과 약 500m 떨어져 대면 보고를 위해서는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15분 이상 걸어서 이동해야 했기에 업무의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는 이미지도 그렇게 축적됐다.
본관 집무실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지하 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복구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위치와 보안 설비 등이 노출되며 이전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추가로 보강 작업을 진행했고,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후 이 대통령은 주로 머물게 될 여민1관 집무실로 이동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 여민1관 집무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모들과 상시로 만나 회의를 하기 위해 마련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여민1관 3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근무했다.
청와대의 지리적 위치와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 대통령 역시 문 전 대통령과 같이 주로 여민1관 집무실을 이용할 방침이다. 본관은 정상회담, 국가행사, 외빈 접견 등 상징성이 큰 일정을 소화하는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에 청와대 본관을 보다 업무 효율적 공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도 지시했으나 높은 층고 등으로 구조 변경이 어려워 주 집무실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핵심 참모들도 한데 모았다. 이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집무를 하는 여민1관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이 모두 근무한다. 문 전 대통령 당시 여민 1·2·3관에 흩어져 있었던 실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청와대를 중심으로 과거부터 축적됐던 권위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벗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여민1관에는 3실장 이외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의전비서관실과 연설비서관실 참모를 포함해 우상호 정무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비서관 등이 근무한다. 여민2관에는 국정상황실·민정수석실, 여민3관에는 국가안보실·홍보수석실 참모들의 집무실이 마련됐다. 일부 부서는 신축 창성동 별관에서 근무한다.
청와대는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욱 확대하는 등 투명한 국정운영의 기조를 지속할 방침이다.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면서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 마련했던 '오픈 스튜디오'도 별도의 출입 신청이 필요하지 않은 사랑채로 이전해 운영한다. 대통령 경호처 역시 열린 경호·낮은 경호 원칙을 유지하며 청와대 앞을 지나는 시민과 차량에 대한 검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강아지 모양의 '댕댕런' 러닝 코스(광화문~경복궁~청와대~삼청동)도 통제하지 않고 기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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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통령 관저 이전까지는 몇 개월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훼손이 심각하게 진행된 탓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한동안 한남동에서 청와대까지 8~9km 구간을 출퇴근 해야한다. 대통령경호처는 차량 대형 길이 최소화, 교통통제 구간 최소화 등을 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24일 관저 훼손이 심각하고 수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가서 보니 벽 두께가 거의 1m가 되고, 강철도 넣고 해서 리모델링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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