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도 은행·보험사처럼 관리 감독
외국계는 사각지대…역차별 우려 여전
글로벌 스탠다드 도달 계기 될까
금융위원회가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위법행위가 적발된 운용사(GP)는 즉시 퇴출하고, 은행·보험사에 준하는 수준의 보고·내부통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도 취지와 달리 외국계 운용사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고, 국내 사모펀드에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역차별'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사모펀드도 은행·보험사처럼 관리 감독
22일 금융위가 예고한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관전용 사모펀드 GP에도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도입된다. 중대 법령 위반이 발생할 경우 한 차례 위반만으로도 등록 취소가 가능해진다. 내부통제 체계 구축과 준법감시인 선임도 의무화된다.
특히 보고 의무가 크게 확대된다. 기존에는 개별 PEF가 파생상품 매매, 채무보증·금전차입 현황 등 제한적인 항목만 보고했지만, 앞으로는 ▲전체 PEF의 자산·부채, 유동성, 레버리지, 수익률 등 운용 현황 ▲인수 기업의 재무·유동성 현황 ▲개별 PEF로 지급받은 보수(성과보수 포함)와 산정 방식 ▲제3자 업무위탁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GP가 사실상 금융회사에 준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인수 대상 기업의 근로자 대표에게 경영권 참여 목적과 고용 영향 등을 인수 후 2주일 내 통보하는 의무도 부과된다. 사모펀드의 경영권 행사가 기업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외국계는 사각지대…역차별 우려 여전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실제 시장에서 취지에 맞게 작동할 수 있느냐다. 금융위는 단기 이익 추구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 사모펀드가 혁신기업 투자와 산업 재편이라는 본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외국계 운용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GP로 등록한 외국계 운용사는 규제 대상이 되지만, 해외에서 GP로 등록한 뒤 국내에는 펀드만 조성해 투자하는 구조라면 국내 당국이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국내 PEF 운용사 대표는 "해외 출자자(LP)들은 투자 정보 노출을 우려해 투자를 꺼릴 수 있고, 이번 규제가 사실상 국내 PEF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와 그 산정 방식 등 영업기밀이 보고 과정에서 유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부 규정에서도 혼선이 예상된다. 인수 기업의 '근로자 대표'에게 경영 방안을 통보하도록 한 조항은 노조가 없는 기업이 적지 않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PEF 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장 적용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일반 대상 사모펀드가 오히려 사고를 많이 쳤고,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이미 LP들의 엄격한 관리 아래 운용돼 왔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도달 계기 될까
다만 금융당국과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제도 개편을 단순한 규제 강화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국내 PEF 시장은 빠른 성장에 비해 내부통제와 책임성 측면에서는 세계적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해외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엄격한 공시·감독 체계 아래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도 역시 뒤늦게나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정비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대형·시스템형 GP와 중소·프로젝트형 GP 간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내부통제 인력과 관리 체계를 갖춘 대형 운용사들은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반면, 단기 수익과 레버리지에 의존해온 일부 중소 운용사들은 운용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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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PEF 운용사 대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글로벌 사례와 국내 현실을 균형 있게 반영하려는 고민이 담겨 있다"며 "입법 과정과 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세부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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