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운용 수수료 포기하면서까지 경쟁
해외 LP 눈도장 위해 KIC 이력 확보 절실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처음으로 진행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상 출자사업 선정 경쟁에서 일부 운용사들이 운용 수수료를 극도로 낮추는 '출혈경쟁'까지 불사했다. 세계적 위상으로 떠오른 KIC의 첫 위탁 PEF라는 투자 이력이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IC는 최근 위탁운용사(GP) 선정 내부 절차를 마치고 IMM인베스트먼트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 통보했다. 내년 2월 위탁운용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운용 규모는 각 2억달러(약 2950억원) 수준으로 집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KIC가 처음으로 국내 PEF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10여곳 운용사가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이 중 일부는 운용 수수료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PEF 운용사들은 출자받은 자금에서 연간 1.0~2.0%를 운용 수수료로 가져간다. 성과보수는 별도다. KIC의 출자액이 회사당 2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30억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양보한 것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에겐 'KIC의 첫 위탁 PEF'라는 타이틀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주요 트랙레코드로 내세울 좋은 기회라 공격적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KIC의 출자 실적은 해외 출자자(LP) 유치 경쟁력에도 보탬이 된다. 이번 투자 역시 국내 기업(SI)의 해외 진출 돕는 분야로 제한돼 있다. 단독투자는 제한된다. 그럼에도 국내 PEF 운용사와 기업들이 해외 무대로 나서기 더 수월해지고, 해외 LP의 눈길을 받기도 좋은 기회라는 평가다. 운용자산 확대는 물론 KIC의 첫 출자라는 상징성, 추가 출자 유치에서의 경쟁력 등 여러 무기를 쥐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KIC의 위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높아졌다"며 "투자 성과가 당연히 제일 중요하겠지만, 일단 선정되면 해외 출자자(LP)들의 투자를 유치할 때 좋은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스무돌을 맞은 KIC의 위상과 규모는 창립 당시보다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 2065억달러로 세계 주요 국부펀드 중 14위를 차지했다. 출범 당시 10억달러 대비 200배 이상 커졌다. 올해 20주년 행사에서는 해외 유수 운용사들이 대거 행사에 참여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미국 캐피탈그룹의 마이클 기틀린 최고경영자(CEO)는 방한해 기조연설을 맡았고,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등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냈다.
업계에서는 KIC의 이번 국내 출자가 시장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통상 운용사당 1000억~1500억원을 출자하는 점을 감안하면 KIC는 단숨에 국내 PE 업계 '큰손'으로 등극하게 된다. KIC는 내년에도 국내 GP 대상 추가 출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기존 LP들의 출자가 엄격해진 가운데 앞으로도 KIC 출자 경쟁이 계속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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