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국내보완대책으로 '공동경영체' 육성
농가가 직접하던 선별·포장·유통까지 APC가 맡아
농작물 관리에 집중해 품질 높이고 생산성·수익 늘려
"오이 수확철에는 새벽 5시부터 농사일을 시작해서 날이 어두워지는 오후 8시까지 수확을 해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오이를 크기와 모양별로 선별해서 박스에 담으면 새벽 1시가 돼요. 6~10월엔 하루 4시간밖에 못 자요. 이렇게는 '힘들어서 못 하겠다' 싶어서 오이공선출하회에 들어갔죠."(김봉기 서석농협 오이공선출하회장)
지난 2일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서석농협을 찾았다. 서석농협은 서석면 일대 농가가 출하한 오이를 선별·포장·유통하는 산지유통센터(APC)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서석농협에서 만난 김봉기 오이공선출하회장은 공동경영체를 통해 각 농가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에서의 오이 재배는 매해 4월 초순 모종을 심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확 작업은 6월 초순부터 10월 중순까지 4개월간 이어진다. 이 기간이 오이 재배 농가가 가장 바쁜 시기다. 김 회장은 "오이를 수확하고 선별해서 포장하고 트럭에 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수확 기간 내내 하는 건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며 "APC에 출하하면 수확 이후 과정을 공동으로 처리하니 그만큼 쉴 수 있고, 작물을 한 번 더 볼 수 있어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석 오이공선회는 2005년 창립됐지만 본격적으로 공동경영체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은 2022년께다. 이전까지는 서석농협 양곡창고 일부를 이용해 선별·포장 작업을 했었는데 2021~2022년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의 '밭작물육성사업'을 통해 APC 현대화 등을 통해 본격적인 공동 선별·포장이 가능해졌다. 당시 서석농협은 총 10억원(자부담 1억원)을 투입해 농가 역량강화 차원에서 농가교육과 주산지협의체를 운영했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선 지게차 및 오이형상자동선별기를 구매하고, APC 환경 및 선별장 위생·휴게시설 개선 등을 실시했다.
농가교육과 시설 확충 등을 통해 공선회가 공동경영체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APC의 취급물량이 크게 늘었다. 서석농협에 따르면 FTA 보완대책을 통한 지원을 받기 전 1001t에 불과했던 취급물량이 지원 첫해 1288t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 FTA 국내보완대책의 밭작물산업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김봉기 서석농협 오이공선출하회장(왼쪽 세번째)이 소속 농가들과 오이 재배기술 교육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석농협
지역 내 고령화 탓에 참여 농가 수는 22~23개 수준으로 변화가 없지만, 개별 농가의 재배면적이 사업지원 전 25㏊에서 2025년 30㏊로 늘면서 APC 취급액도 급증했다. 사업지원 전 25억원에서 2021년 28억1000만원, 올해엔 34억2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농가가 오이 재배면적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공동 선별·포장·유통을 하면서 그만큼 농사 자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농가 입장에선 농사지어서 판매까지 다 하는 것이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만 맞는 소리"라며 "선별·포장 등의 작업을 APC를 통해 공동으로 하면 그만큼 농작물 관리할 시간이 늘어나 재배면적을 늘려 수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8년째 오이 농사를 짓는 김 회장도 2015년 2000평(6611㎡) 규모로 짓던 오이 재배면적을 올해 8000평으로 늘렸다. 김 회장은 "집에서 선별과 포장 등을 안 하니 오로지 작물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오이를 더 심어 수확하고 있다"며 "재배면적이 늘어난 만큼 수확도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올해부터 공선회를 통해 오이 공동선별을 하고 있는 주인선 농가도 마찬가지다. 공선회 가입 전인 2022년 2200평 땅에서 연 59t의 오이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재배면적을 4200평으로 늘려 73.4t을 수확했다. 판매금액은 9600만원에서 2억2300만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김준호 서석농협 유통관리팀장은 "농가의 노동력 감소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자동선별기 도입에 따른 효율성 증가로 조직화 농가의 재배면적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FTA 보완대책을 통한 지원이 고령 농가의 노동력 감소, 수익 증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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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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