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규모와 업무 영역이 크게 다른 초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를 하나의 규제 틀로 관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증권사 건전성 규제의 핵심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둘러싼 논란 역시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2016년 개정된 현행 NCR 산식이 과연 증권사의 외형 성장과 위험 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실효성이 있는지를 두고 반복적으로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2020년 3월 ELS 마진콜 사태다. 당시 증권업 전반의 충격이 단기자금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했지만, 주요 대형 증권사들의 NCR은 규제 기준인 100%를 크게 웃돌았었다. 숫자상으로는 '안전'했음에도 건전성 지표가 포착하지 못한 위험이 실제 시장 충격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대형 증권사들의 종합투자계좌(IMA) 출시를 앞두고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보고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재확인해준다. 보고서는 자본 규모와 업무 범위가 큰 증권사에는 위험 민감도가 높은 과거 방식의 NCR을 적용하고, 중소형 증권사에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NCR 제도는 당초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누는 방식이었으나, 2016년 개정 이후 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차감한 금액을 필요유지자기자본과 비교하는 산식으로 바뀌었다.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상대적으로 위험 반영 기능은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규모에 따른 착시'다. 위험 구조가 동일하더라도 자산 규모가 클수록 NCR 수치는 과도하게 높아진다. 자산과 레버리지가 확대돼도 분모인 필요유지자본은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KDI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기존 NCR과 현행 NCR 시계열 추이를 살펴본 결과, 현행 평균값은 규제 수준을 지속적으로 크게 상회한 반면, 기존 NCR은 뚜렷한 하락추세가 확인됐다. 특히 대형 증권사의 경우 기존 NCR 기준으론 규제선에 근접할 정도다. 이는 레버리지 확대라는 기본적인 위험 신호가 현행 NCR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큰 기관에는 엄격하게, 작은 기관에는 단순하게'라는 원칙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소형사들에까지 규모, 업무 범위, 위험 수준과 무관하게 대형사들과 동일한 건전성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과도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소형사에는 단순한 유동성 중심의 규제를, 대형사에는 내부모형 기반의 정교한 위험가중 규제를 적용하는 미국의 브로커-딜러 규제 체계가 대표적인 예다. 유럽연합(EU) 역시 초대형 증권사에는 은행과 동일한 바젤Ⅲ 규제를, 중소형사에는 규모·업무 범위·위험요소에 따라 완화된 자기자본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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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개막하는 IMA 시대를 맞아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도 한층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NCR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증권사의 외형 성장에 걸맞은 규제 체계를 재설계하는 것.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돼야 한다.
조슬기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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