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5년 생존율 59.3%
"좁고 두꺼운 지원체계 고민해야"
정부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 참여 기업 10곳 중 4곳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금을 발판 삼아 어렵사리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후 적절한 수요처를 찾지 못하거나 수익화에 실패해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건너지 못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별해 집중도를 높이는 '좁고 두꺼운' 지원 체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아시아경제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예비창업패키지 참여 기업의 5년 생존율은 59.3%로 조사됐다. 1년 생존율은 93.9%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으나, 3년(75.1%)에서 4년(60.3%)으로 넘어가며 생존율이 급격하게 하락해 5년째에는 60% 아래로 떨어지는 흐름이다. 정부의 전체 창업지원 제도 참여 기업의 5년 생존율이 72.2%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저조한 수치다. 예비창업패키지는 2018년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업으로 시작해 2019년 정식 사업으로 편성된 뒤 올해로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지식서비스업의 생존율이 같은 기간 제조업보다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제조업과 지식서비스업의 1년 생존율은 각각 94.1%, 93.8%로 비슷했으나, 4년 생존율은 각각 65.0%, 56.2%로 8.8%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일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식서비스업은 초기 투자 부담이 적어 시장 진입이 수월하지만,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매출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3~4년 차에 고비를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생존율의 배경에는 예비창업 기업에 대한 '넓고 얕은' 지원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정식 법인 설립 이전 단계의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시제품 제작과 시장 검증 등에 필요한 사업화 자금을 정부가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초기창업패키지·창업도약패키지 등과 비교해 기업당 평균 지원금액이 5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지원 대상은 연 890곳가량으로 많은데, 이 같은 구조가 창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인 생존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창업중심대학' 등 예비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규 사업이 신설되면서 예비·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예산이 일부 분산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예비창업패키지 예산은 543억원으로, 2020년(1490억원)과 비교해 5년 새 63.6% 줄었다.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사업성이 뛰어난 기업을 가려내 지원의 밀도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조언한다. 정부 지원의 포괄적 가치, 아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곳들을 대상으로 모험적 지원을 하는 데 뒤따르는 리스크도 감안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 구조화·고착화한 뒤에는 바로잡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비창업기업처럼 실패 확률이 높은 초기 단계에서 정부 주도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별하고, 이들을 확실하게 육성해서 생태계를 살찌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기업들은 정부 지원 없이 민간투자자들을 통해 시장 주도로 육성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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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창업 정책 전문가는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에 예비 창업자 트랙 등이 신설되면서 예비창업패키지 예산과 지원 기업 수가 계속해서 축소됐다"며 "기능이 중복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해 경쟁력 있는 참여 기업이 치고 나갈 수 있는 확실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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