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기자의 마운자로 체험기(2~3주차)
"도저히 못 먹겠다"
음식만 봐도 식욕 떨어진 이유
몸 속 대사 바꾸는 다이어트법
다이어트 기간 즐겨먹은 병아리콩 비빔밥. 현미 반공기, 병아리콩, 닭가슴살, 나물, 저당고추장 등을 비벼 먹었다.(첫번째 사진) 마운자로 2주차 이후로는 현미밥을 많이 남길 정도로 식욕은 줄었다.(두번째 사진)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병아리콩은 다이어트 기간 많이 챙겨먹었다. 백미밥을 먹더라도 백미 3~4숟가락에 병아리콩을 수북이 얹어 먹었다. 식이섬유→단백질→지방→탄수화물 식사 순서를 유지하기 위한 식사법이었다.(세번째 사진)
"아, 도저히 못 먹겠는데…"
9월 14일 오후 4시 두번째 마운자로 주사를 맞았다. 두어 시간 뒤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평생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이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현미와 병아리콩에 나물과 닭가슴살로 만든 비빔밥 저녁은 절반도 채 먹지 못했다. 투약 첫주에는 다 먹었던 양이다. 속이 니글거리는 느낌이 첫 주사 때의 몇 배로 강해졌다. 입맛이 달아나 들어올렸던 숟가락을 나도 모르게 떨궜다. 단백질은 꾸역꾸역 채워야 했기에 병아리콩과 닭가슴살, 콩나물을 골라 먹었다.
음식 먹기 전부터 식욕 '뚝'…GLP-1의 배고픔 통제 원리
마운자로 2주차에 식욕 억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체감됐다. 포만감은 길게 이어졌고, 식사량은 확 줄어들었다. 식이섬유→단백질→지방→탄수화물 순으로 음식 섭취 순서를 바꿨더니 탄수화물 섭취량은 더욱 크게 줄어들었다. 이렇게 조금만 막었는데도 공복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운자로의 핵심 성분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은 위장에서 분비되는 자연 호르몬이다.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나 지방세포에서 포만감을 전달하는 '렙틴'을 직접 조절하는 호르몬은 아니다. 그럼에도 GLP-1 투약 이후 많은 환자들이 '먹기 전부터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GLP-1이 이 두 호르몬이 작동하는 대사 전체를 간접적으로 재조정하기 때문이다.
GLP-1이 위 배출 속도를 늦추면 위가 비지 않은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위는 비어 있을 때 그렐린을 늘려 배고픔 신호를 보내는데, GLP-1 작용으로 위가 오래 차 있으면 그렐린 분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공복감이 둔해진다. '먹고 싶다'는 충동 자체가 약해진다. '마운자로 리포트' 자문을 맡은 박경민 성수멜팅의원 원장은 "GLP-1은 시상하부 포만중추를 자극하고 식욕중추를 억제해 중추신경계 레벨에서 먼저 식욕을 꺾는다"며 "위 배출(위→소장)을 늦춰 위가 오래 차 있게 만들기 때문에 그렐린 상승이 둔화되고, 결국 공복 신호 자체가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포만감을 담당하는 렙틴은 비만 상태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GLP-1은 시상하부의 렙틴 신호 민감도를 높여 렙틴이 원래 맡아야 할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다. 박 원장은 "마운자로는 렙틴을 직접 올리는 게 아니라, 렙틴이 제 역할을 못 하는 '렙틴 저항성'을 낮춰 같은 수치의 렙틴으로도 포만감 신호가 더 잘 전달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즉, GLP-1은 배고픔 신호는 약하게, 포만 신호는 강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며 식욕 조절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렬한다.
이런 작용이 겹치면서 음식 한입 넣기 전부터 포만감이 올라가는 현상이 생긴다. 실제 연구에서도 GLP-1을 투여한 군은 '음식을 보기 전' 단계에서 이미 위약군보다 약 40% 높은 포만감 지수를 보였다. 기자가 2주차 이후 경험한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체감은 바로 이 생리적 변화의 결과다.
수차례 다이어트 실패…이번엔 몸의 대사를 바꿔보자
'마운자로 리포트' 기획 기사와 다이어트를 계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대사 조절'이다. 마운자로 주사를 맞지만 결국 다이어트 치료의 보조 수단일 뿐이다. 치료 비용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장기간 맞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체중 감량과 유지는 식습관·운동 등 생활 패턴을 건강하게 바꿔 살이 지속적으로 찌는 대사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마운자로의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마운자로 없이도 살이 빠지도록 하기 위한 변화였다.
우선 음식부터 바꿔나갔다. 백미, 빵 등 정제 탄수화물을 가려냈다. 일주일에 2~3회는 마시던 술은 딸 출산 이후 거의 먹지 않았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음식을 먹지 않으니 오전 근무 시간 집중력이 좋아졌고 입에 달고 살던 커피를 마시지 않고도 졸음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대사가 개선되니 몸이 가뿐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체중 감량의 핵심이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 남은 포도당이 글리코겐과 지방으로 전환되고, 이후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면 다시 강한 식욕이 다시 찾아온다.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몸은 에너지를 태우기보다 저장하는 방향으로 대사가 고정된다. 반면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면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져 인슐린 분비가 안정되고 지방 축적이 줄어든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박경민 원장은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유지하면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지 않아 몸이 '지방을 저장하라'는 신호를 덜 받게 된다"며 "마운자로는 GLP-1과 GIP가 함께 작용해 식사 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기 때문에 이런 식단 변화의 효과를 더 강화해준다"고 설명했다.
식단조절은 비교적 순탄했다. 문제는 운동이었다. 생후 다섯 달 된 딸을 돌보며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신 NEAT(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 운동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아기가 잠든 뒤에는 20층 높이의 아파트 계단을 5~6차례 오르내렸고, 아기를 안은 채로 스쿼트를 하거나 자는 새 팔굽혀펴기를 하는 식으로 짧은 근력 운동을 보탰다. 특별한 운동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움직임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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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분 변화를 아침 공복, 샤워 전 등 비슷한 조건에서 진행했지만 체내 수분량과 공복 상태 등으로 인해 편차가 발생한다. 인바디 체중계를 쓰더라도 체중·체지방량·골격근량 등 주요 지표의 일일값 보다는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마운자로 2~3주차 역시 체중계는 변화를 보였다. 9월 7일 93.1㎏이던 체중은 2주차 후반에 91㎏대, 3주차 말에는 90.1㎏까지 내려갔다. 약 3㎏ 감량이었다. 골격근량은 33.6㎏에서 32.0㎏으로 줄었고, 체지방량은 33.8㎏에서 33.5㎏으로 소폭 감소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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