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수출액 7억9500만 달러, 12% 성장
일본·미국 양대 시장 견인, 동남아·러시아 확산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이 또다시 수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김이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한 영향이 맞물리면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단순히 밥상 반찬에 머물던 김은 이제 해외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간식으로 진화 중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들 역시 앞다퉈 김 산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수출 12% 증가, 일본과 미국 중심 확산
23일 해양수산부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김 수출액은 7억9499만달러(약 1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 7억810만달러 대비 12.3% 늘었다. 이미 2023년 수출 실적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도 2만6613t으로 8% 증가했다.
수출국별로는 일본(1억6892만달러), 미국(1억6204만달러), 중국(8449만달러), 태국(7953만달러), 러시아(6336만달러) 순이다.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9억9700만달러까지 9배 가까이 성장했다.
해양수산부의 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한국산 김은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다. 세계 김 교역 규모는 2014년 4억4000만달러에서 불과 10년 만에 10억8000만달러로 커졌다. 김 생산국은 한국·일본·중국 3개국에 불과해 한국의 지위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한국은 연간 1억5000만속(1속 100장) 이상을 생산했다. 올해는 올해 1억6000만속까지 늘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내다봤다.
국내 김 산업은 원물·저가 위주 수출에서 벗어나 가공·브랜딩·현지화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오리온은 수협중앙회와 손잡고 600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마른 김을 기반으로 김스낵 등 가공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태국은 대표적인 김 간식 소비국으로, 현지 브랜드 '타오케노이(Tao Kae Noi)'가 국민 스낵으로 자리 잡았다. 태국인들에게 김은 밥반찬보다는 과자·안주에 가깝다.
동원F&B는 1986년 '양반김' 출시 이후 "좋은 김만 골라 두 번 굽는다"는 품질 콘셉트를 유지해 왔다. 산지 원초 감별사 제도로 직접 수매하며 김자반·김부각 등 응용 제품도 일찍 선보였다. 2021년 출시한 '양반 김부각'은 전통식 김부각을 스낵형으로 현대화해 시장에서 안착했다. 최근에는 동원홈푸드와 협업해 '찍먹 김부각'까지 내놓으며 안주·간식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일본 비중이 약 30%로 가장 크지만, 2016년 할랄 인증을 획득하면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무슬림권으로도 판로를 넓혔다.
대상은 인도네시아·베트남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3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해조류 가공품 매출은 지난해 1550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민간 최초 '해조류연구센터'를 세워 김 품질 등급제를 도입했고, 반찬용·스낵용·식재료용 등 맞춤형 원초 배합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인도네시아에선 '마마수카' 브랜드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베트남에서는 '오푸드(O'Food)' 김자반·스낵김이 건강식으로 인기다.
김 가격 상승, 생산 안정화 위해 기술 개발
김 가격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다. 기후변화로 인한 양식 환경 불안, 인건비와 원자재 부담, 해외 수요 급증이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마른 김(10장 기준) 소매가격은 지난 22일 1354원으로 평년 대비 43% 올랐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생산 안정화를 위해 '육상양식' 기술에 힘을 싣고 있다. 동원F&B는 2023년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해조류 스마트 육상양식 업무협약(MOU)을 체결, 연중 안정 수온과 미네랄을 갖춘 용암해수를 활용해 고품질 원료 확보에 나섰다. 해조류 연구 권위자인 부경대 박은정 교수 자문을 받아 연구개발(R&D)을 강화 중이다.
대상은 전남 고흥에 육상양식장을 구축해 연중 생산 실증에 나섰으며, 올해 해양수산부의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육상양식 기술개발'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29년까지 350억원 규모 R&D를 이끌 예정이다. 풀무원도 국립공주대·포항공대·대상과 함께 '김의 연중 생산 및 품질 관리' 과제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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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올해 들어 전남도·해남군, 인천시·인천대 등과 잇따라 손잡으며 육상양식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월에는 전남도·해남군과 협력해 김 산업 기술개발·유통 활성화에 나섰고, 3월에는 인천시·인천대와 해양수산 발전 및 김 양식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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